- 상반기 주가 28% 뛴 일라이릴리, 비만·당뇨약 ‘마운자로’로 연 매출 33조 원 성장 전망
- “자가면역질환·항암제 독주 끝나나... 비만약 5년 내 의약시장 장악”
2011년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세계 제약·헬스케어 시가 총액 1위 자리를 독주해온 존슨앤존슨 체제가 무너지며 제약 업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 새롭게 왕좌의 자리에 오른 릴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게임체인저’로 불린 당뇨·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다. 마운자로의 등장으로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시대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엄청난 약진을 기록한 기업은 릴리 뿐만이 아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올 들어 시총 50%가 뛰었다. 노보노디스크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사이 세계적인 제약사인 화이자의 시총은 코로나 엔데믹의 여파로 28%가 줄어들었다. 미국 머크(MSD)도 상반기 4.1% 상승하는 것에 그쳤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들을 모두 밀어내고 세계 3위 제약·헬스케어 기업 자리에 등극했다.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전통적으로 당뇨 치료제로 일가견이 있는 명가다. 릴리는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세계 최초로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상용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인슐린은 1921년 캐나다에서 개발된 것을 이전 받아 릴리가 당뇨병 치료제로 선보인 것이다.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은 노보노디스크도 세계 인슐린 생산량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인슐린 치료제 분야의 독보적 1위 기업으로, 덴마크 내의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다.
100년의 시간동안 당뇨 시장을 굳건히 지켜온 이 기업들은 최근 당뇨·비만약의 개발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릴리의 대표 제품인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당료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감량에도 큰 효과를 내면서 비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수술에 버금가는 체중 감량을 내면서 세계 의약품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포화상태라는 평가를 받은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만 한 전략이 사실상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운자로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주 1회 주사를 맞아 고도 비만 환자의 체중을 최대 24kg(22.5%)를 줄여주는 효과를 입증했다. 비만 수술밖에 넘지 못했던 마의 20%의 벽을 치료제로도 넘어선 것이다. 위고비도 13.6kg(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오젬픽도 판매하는 노보노디스크는 후속 치료제인 카그리세마를 개발하고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마운자로는 경쟁력이 있다. 위고비의 한 달 가격인 180만 원에 비해 50만 원이 저렴한 수준인 한 달에 130만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다만 아직 마운자로는 국내서는 비만약으로 허가받지 못하고 당뇨 치료제로만 활용되고 있어 후속 절차로 비만 치료제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7개월 만에 5,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은행 UBS는 마운자로의 연 매출이 33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린 애브비의 휴미라(28조 원)를 뛰어 넘는 성과다.
미국 헬스케어 분석기업 코텔리스도 5년 뒤인 202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매출이 증가할 의약품으로 마운자로를 꼽았다. 2위는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3위엔 오젬픽이 선정됐다. 제프리스는 2026년 비만약 시장 규모가 13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독주 시대를 지나 비만약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 패권을 장악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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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