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문점 월북 美 병사 처음으로 언급... “인종차별 반감에 망명의사” 주장

-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서 환멸 느껴 북으로 망명 의사”
- 美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서 북한인권회의 소집 추진에 대응한 듯

북한이 지난달 판문점에서 갑작스럽게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북한은 킹 이병이 미군 내와 미국 사회에서 받은 인종차별과 학대에 대한 불만으로 월북했다고 설명했다. 인권 문제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북한인권회의를 논의하는 것에 대한 항의와 반대의 뜻을 표출할 의도로 풀이된다.


▲ 출처 : 연합뉴스

16일 북한의 공식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도’를 공개했다. 킹 이병은 지난달 18일 판문점 관광 도중 갑작스럽게 무단으로 월북했다. 이날 발표된 북한 당국의 입장은 킹 이병에 대한 첫 공식적인 입장이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것에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자기가 공화국 영내로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트래비스 킹은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으며, 우리나라 또는 제3국으로 망명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킹 이병에 대한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킹 이병의 망명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지난 7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소속의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를 불법 침임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15시 30분경 관광객들 사이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돌아보던 킹은 군사분계성산에 있는 조·미(북·미) 군부접촉실과 경무관휴게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 측 구역으로 침입하였다가 근무를 서고 있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달 가까이 영내 구금됐던 킹은 지난달 17일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종적을 감춘 뒤 다음 날 판문점 견학에 참여해 무단으로 월북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측을 잇는 직통전화 등으로 북한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유의미한 답변이나 정보 교환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킹 이병에 대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월북 한 달 만에 관련 내용을 발표한 것은 최근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킹 이병에 대해 미국의 인권 침해 주장을 국제사회에 반박할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의 요청대로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리면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열리는 북한 인권 안보리이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전날 밤 담화에서 “자국 사회에 만연하는 인종차별, 총기류 범죄, 아동학대, 강제노동 행위들을 묵인 조장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들에 반인륜적인 인권 기준을 강요하며 내부 불안정과 혼란을 조장하는 미국이야말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 중의 위협”이라며 북한 인권 회의 소집 추진을 비판했다.

북한이 향후 조사 결과를 추가 발표하는 방식 등으로 주요 국면마다 킹 이병 월북 사건을 이용하려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에 대한 반박거리로 킹 이병 문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킹 이병 문제를 활용해 내년 미국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려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킹 이병 관련 북한 보도에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마틴 메이너스 국방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런 주장을 검증할 수 없다”며 “국방부의 최우선 순위는 킹 이병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가능한 통로를 활용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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