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 내자" 힘차게 출범했던 올특위, 한 달 만에 동력 상실

전공의·의대생 불참에 내실 있는 논의 난항... "회의 자체가 의미 없어"
개원의·교수진 "정부 대응 못해 답답"... 일부에선 해체론까지
의협 "정책 대안 제시 역할 모색"... 향후 방향 재설정 고심

의료계의 통합된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가 출범 한 달여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참으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올특위 내외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해체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특위는 2024년 6월 20일,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을 아우르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이 위원회의 주요 목적은 의료계의 투쟁 방향을 설정하고, 향후 정부와의 대화 시 의료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올특위의 구성은 의료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 그리고 전공의 대표 등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시작되었다. 또한 의대 교수 3명, 전공의 3명, 의대생 1명, 시도의사회장 2명, 의협 집행부 1명 등을 위원으로 구성하여 의료계 전반의 의견을 아우르고자 했다.

그러나 출범 직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6월 19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대전협 비대위는 의협 대정부 요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올특위의 출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22일과 29일에 진행된 1, 2차 회의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이 7월 26일 집단휴진 투쟁을 제안했으나, 결국 휴진 대신 전 직역의 의사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 유일한 결과물이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결정이었다. 7월 2일, 의대협은 공식적으로 올특위 불참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의료계 전체의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올특위의 초기 포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다.

올특위는 7월 6일 열린 3차 회의 후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 상황의 주체이며, 이들 참여 없이 어떤 대화 여지도 없다. 전공의 및 의대생과 올특위 구성, 목적, 방향 등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참여를 설득했지만, 젊은 의사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13일로 예정되었던 올특위 4차 회의가 열리지 않아 의료계 안팎에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회의 연기 이유에 대해 "대부분 위원의 일정상 한 번 쉬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참으로 회의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취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특위의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개원의와 교수 모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 올특위 관계자는 "회의 전에 안건들이 준비는 되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그 안건들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위원 구성조차 완료되지 않다 보니 애초 기대된 만큼 결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수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올특위 출범 후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개별 입장을 내놓지 않던 교수 단체들이 약 한 달 만에 다시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 의대교수 단체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교육부와 복지부를 총동원해서 각종 조치들을 내놓고 의대 증원을 정당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 의료계는 바로바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이 7월 13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의협 집행부에 올특위 존재 의미를 재검토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특위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올특위 내부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향후 올특위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전공의분들도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정책공모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의견을 잘 수렴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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