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이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79)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 현 국가주석 옆자리에 앉아있다 돌연 끌려 나가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논란이 되었던 가운데, 중국 내 소셜미디어와 언론 등 모든 매체에서 영상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2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후 전 주석의 이름이 포함된 게시물들과 댓글이 검색되지 않기 시작했다. 이에 웨이보 이용자들은 검열을 피하고자, 후 전 주석 관련 과거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는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이마저도 현재는 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후 전 주석이 퇴장하는 모습을 언급하거나 영상을 게시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유력 관영 매체 중 하나인 신화통신은 해당 상황이 알려져 확산되고 있던 와중 트위터 계정을 통해 “후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수행원이 그의 건강을 위해 행사장 옆 방으로 그를 데려가 쉬도록 했다”고 영문으로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 내에서는 정상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중국 내 트위터는 막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화통신의 이 트위터는 관련 논란에 대해 대외적으로 해명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후 전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수행원들에 끌려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돌연 퇴장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후 전 주석이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이끌려 나가는 듯한 모습이 그대로 포착됐다. 수행원이 후 전 수석의 팔을 잡아끌자 후 전 수석이 뿌리치고, 이에 다시 수행원이 몸통을 일으켜 세웠다.

이 과정에 시진핑 수석이 자리를 떠나는 후 전 수석 쪽을 거의 시선도 주지 않다가 후 전 수석이 어깨에 손을 대며 말을 건네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후 전 수석은 이어 시 주석 옆에 앉은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짧은 대화를 나눈 뒤 퇴장했다.

이 같은 영상에 서방 언론들은 의도가 있는 퇴장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후진타오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행사장) 밖으로 안내됐다”면서 “건강 공포증이든, 노골적인 정치적 제스처든 그 일은 어색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의 완전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다면 바로 전임자 후진타오의 퇴장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전직 국가주석이 당대회 진행 과정에서 모욕적으로 제거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강압적으로 자리를 떠나게 된 방식을 보면 권력을 한곳에 틀어쥐려는 시진핑의 노력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어떤 이유였건 간에 카메라가 켜진 상황에서 의도나 계획이 없이 연출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싱가포르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NYT에 “이러한 행사가 얼마나 신중하게 준비되고 예행연습 되는지를 고려할 때 그러한 일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언론 앞에서 벌어지도록 놔뒀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대표하는 후 전 주석이 리커창·왕양·후춘화 등 그의 핵심 세력들이 이번 최고 지도부 인선에서 탈락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벌인 일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 전 주석의 퇴장은 폐막식에서 각본에 없던 사건”이라며 “일주일간 이어진 당 대회의 마지막 날 스포트라이트는 잠시 후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쏠렸다”고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