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자 살해한 父, 범행 직후 PC방 갔다

- 범행 당시 아내 밖으로 유인하고 큰아들부터 살해... 알리바이 만들고 경찰에 직접 신고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 A씨가 범행을 저지른 직후 옷을 갈아입고 인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와 직접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PC방에 간 이유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으로 추측된다.


▲ 출처 : 연합뉴스

26일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8시쯤 광명시 소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내 B씨를 비롯해 두 아들 중학생 C군과, 초등학생 D군까지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직후 CCTV 사각지대인 아파트 현관 비상계단 옆 창문을 통해 몰래 빠져나간 뒤 범행에 사용한 20cm 길이의 흉기와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인 청바지와 회색 남방 등을 아파트 인근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뒤 A씨는 오후 9시쯤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진 PC방을 찾았다. PC방 건물 CCTV에 찍힌 A씨는 검은색 외투에 어두운 톤의 청바지 차림이었으며, 검은색 빵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착용해 얼굴을 가렸으나 걸음걸이는 태연했다.

해당 PC방 관계자는 “어젯밤 (A씨가) 방문해 2시간 동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주로 애니메이션을 시청한 것 같다”며 “이전에도 몇 번 방문했었는데, 그때도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PC방에서 1시간 40분가량 머문 A씨는 오후 11시 27분쯤 집으로 돌아와 “외출 뒤 집에 왔더니 가족이 숨져 있었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세 사람은 거실에서 목 부위 등에 자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던 A씨는 경찰이 발견한 흉기와 옷가지 등 명백한 물증을 들이밀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전 집 안에 있던 세 모자 가운데 아내 B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아파트 1층으로 유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B씨가 1층으로 내려온 사이 집으로 올라가 먼저 C군을 살해했고, 집으로 돌아온 B씨에 이어 D군을 차례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년 전 실직한 뒤 아내와 경제적 문제로 자주 다툰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이혼 얘기도 오가는 등 불화가 있었으며, 경찰은 이 때문에 살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후 경찰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만나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계획범행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최대한 처벌을 받겠다”며 울먹였다. 이어 ‘어떤 부분이 죄송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제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했다.

경찰은 27일 세 모자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고, A씨와 아내 소유의 휴대전화도 분석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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