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마지막 희망 항암제 ‘엔허투’ 1회 투여에 500만 원... “조속한 급여 절실”

- 국민청원 사이트에 등장 후 3일 만에 4만 6,000여명 동의... 현재 최다 동의 안건
- 전문가 “유방암 치료에 전무후무 효과 보인다... 기존 캐싸일라 능가”
- 급여 심사 첫관문 암질환심의위원회도 통과 못해

유방암의 ‘마지망 희망’이라고 불리는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일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엔허투의 건강보험 승인을 촉구하는 청원이 현재 최다 동의 안건으로 올라와있다.



해당 청원은 등장한지 3일만에 4만 6,000여명의 동이를 얻어 위원회 회부 동으수의 90%이 상을 이미 달성했다. 청원 게시자인 임씨는 “유방암 환자들에겐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리는 항암제 엔허투가 국내 허가를 이미 취득했지만 한 번 주사할 때마다 500만 원을 가격을 자랑해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엔허투의 조속한 건강보험 승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현재까지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엔허투 관련 청원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2건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엔허투의 품목허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엔허투는 작년 9월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글로벌에서 엔허투의 최초 허가가 2019년 말에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3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도입된 것이다.

때문에 국내 환자들은 엔허투라는 약제가 이미 글로벌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으며, 일부 환자들은 고가의 비용을 들여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했다.

국내 환자들의 엔허투 사용은 식약처 허가 후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엔허투 판매를 담당하는 한국다이이찌산쿄가 작년 말 심평원에 급여신청서를 제출하고 올 1월 출시를 진행하긴 했지만, 비급여로 고가의 엔허투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엔허투의 급여 심사는 아직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엔허투의 암질심 통과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약제 자체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암질심에서 엔허투 안건이 좌초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유방암 적응증에서 엔허투는 기존 약제인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와 비교해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72%까지 낮췄다. 국내 전문가들은 DESTINY-Breast03 연구에서 엔허투가 보여준 '위험비 0.28'이 유방암 연구에서 전무후무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엔허투는 최근 DESTINY-Breast03 연구의 업데이트 된 데이터를 통해 '전체생존(overall survival, OS)'의 개선도 입증했다. 전체생존 개선은 정부가 고형암에서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신뢰하고 선호하는 지표다.

작년 12월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엔허투와 캐싸일라 양 군 모두에서 추적관찰 기간 동안 전체생존기간이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OS 사건은 엔허투 투여군에서 72건(28%), 캐싸일라 투여군에서 97건(37%)으로 나타나 위험비 0.64를 기록했다.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인 UCLA 존슨 종합 암센터(UCLA Jonsson Comprehensive Cancer Center) 사라 허비츠(Sara A. Hurvitz) 박사는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가장 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보고했을 뿐만 아니라 캐싸일라 대비 유의미한 전체생존 개선을 보여줌으로써, 2차 치료의 표준요법임을 재확인했다"말했다.

이처럼 효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엔허투의 가장 큰 급여 관문은 암질심 이후 진행될 재정 영향 평가 및 약가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캐싸일라의 경우에도 약가가 바이알당 195만6,328원으로, 한 주기 치료에 약 400만원이 소요될 만큼 고가인 상황. 때문에 그보다 훨씬 비싼 엔허투의 치료 비용은 이후 진행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사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엔허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부처간 협력과 제약사와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근 정부는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 대해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보험 등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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