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관계 개선 의지 확인하려는 日 계산 깔려있나
-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속 욱일기로 반일 감정 고조 불가피
일본 자위다가 오는 11월 열릴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국제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을 초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한 만큼, 일본의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함정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걸리는 욱일기 때문에 관함식 참석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욱일기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우리 해군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관례, 과거 우리 해군 참가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서로 주최한 관함식 참석을 놓고 매번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18년 10월 우리 해군이 제주에서 국제관함식을 열자 일본 해상자위대는 욱일기를 계양한 함정을 파견하려다 국내 여론에 부딪혀 참가를 취소했었다. 이어 2018년 12월~2019년 1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태로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를 향해 화기 관제용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주장했고, 우리 군은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며 반박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2019년 추진했던 관함식에 우리나라를 아예 초청하지 않았다.
일본 자위대가 자국 관함식에 우리나라 해군을 초청하는 것은 지난 2015년 7월 이후 7년 만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려는 일본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분석되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관함식 초청은 한일 간 국방 교류를 다시 하자는 일본의 신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초계기 사태로 한일 양국 간의 국방교류가 사실상 멈췄는데, 역내 안보환경을 고려해 다시 한일 간의 국방협력의 물꼬를 트려고 일본이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일 군 당국은 ‘림팩’, ‘퍼시픽 드래건’, ‘퍼시픽 뱅가드’ 등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했다. 또한 한일 국방당국의 국장급 정책실무회의는 4년 만에 재개돼 초계기 사태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 해군도 함정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일관계에 있어서 최근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해군의 일본 관함식 참석은 여전히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욱일기가 나부끼는 일본 관함식에서 일본 총리가 우리 해군 함정을 사열하는 모습은 반일감정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자칫 한일관계 개선 의지 자체를 비판받을 수 있어 관함식 참석 결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욱일기에 대한 ‘과민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이전부터 사용된 일본의 전통모양이자 해상자위대의 상징일 뿐이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제국주의 부활’이라는 개념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욱일기는 일본의 강제 지배를 받았던 역사와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는 일본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냉정한 상황 인식’을 주문했다. 욱일기에 대한 국민감정을 고려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큰 틀에서의 ‘국익’을 계산한 행보를 선택하며 이를 적절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일 3각 밀착 강화 국면에 한일 관계 냉각이 길어지는 것은 한국 외교의 보폭을 지나치게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수동적인 외교자세는 옳지 않다. 다른 사안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게 더 많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한일 간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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