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결국 ‘해양 방류 엔딩’... 日 기시다 뜻대로 됐다

- 8년간 치밀하게 각본짠 일본, 24일부터 오염수 방류 확정
- IAEA, ‘한·미 지지’ 기시다에 힘 실어

결국 8년간 한일 관계는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받아온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주도면밀한 단계를 거쳐 일본이 원하는 시나리오 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오는 24일로 방류 날짜를 결정하기까지 일본 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국제사회를 아우르는 여론 관리가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이후 내부 여론 모으기에 4년이 걸려 2020년 최종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국제적인 반대에도 이 방류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4일 나왔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보고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일본 국내 여론은 물론 한국, 미국 등 주변국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정치적인 운도 일본을 도왔다. 앞서 중국과 함께 가장 극렬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한국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IAEA 보고서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어민들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대는 대체적으로 거센 편이고, 오염수 발생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부재하다는 것이 언제든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방류는 늦어도 여름까지 개시한다고 예고해왔다. 방류 계획이 본격화된 것은 일종의 ‘허가서’가 된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온 지난달부터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보고서가 나오기 두 달 전부터 오염수를 흘려보낼 해저 터널 굴착공사를 마치고 여론을 살폈다.

IAEA 보고서는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며 방류에 따른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IAEA 보고서에는 “해양 방류는 일본 정부의 결정이며 그 결정을 지지하거나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문구도 삽입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외 해양 방류의 타당성을 설명하며 IAEA의 이 보고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양 방류를 하기 위해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귄위있는 국제기구는 IAEA가 유일하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각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적극 요청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그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했다. 그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끝낸 뒤 귀국 직전 “정부로서 판단해야 할 최종단계에 이르렀다”며 조만간 결정할 방침을 내비쳤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짜여진 일정을 신속하게 밟았다. 귀국 하루 뒤인 20일 처음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했고, 21일에는 어민단체 대표를 면담했다. 이어 22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방류 개시 일정을 24일로 결정했다.

일본 언론은 오염수 방류 시점을 8월 하순으로 정한 배경에는 어민들을 고려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9월 초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의 저인망 어업이 재개된다"며 "휴어(休漁) 기간인 이달 중에 방류를 시작해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공표해 안전성을 호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직접 피해 당사자인 일본 어민들은 지금도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총리가) 무엇을 파악해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모니터링에서 이상한 수치가 나오면 바로 방류를 멈추도록 우리들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반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반대도 여전하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오염수'로 지칭하며 방류 계획 중단을 요구해 온 중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세관에서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수입 규제를 시작했다.

방류가 시작되면 중국과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다른 식품에 대해서도 수입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향후 약 30년간 이어질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 담보가 중요한 과제다.

도쿄신문은 "오염수 발생량이 2015년도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면서도 "오염수 발생을 멈추려면 원자로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을 막아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핵연료 반출을 비롯한 원전 폐기 방법과 일정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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