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병상 감축과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계획에 따라 대형병원들이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
상급 종합병원의 구조 변화 계획에 대한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와 냉담한 반응 부각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병상 감축 계획과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 단축을 포함한 의료 체계 구조전환 이행 계획이 의료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계획은 선정자문간 심의를 통해 최종 선정된 병원들에게 중환자실 및 입원실, 중증 수술, 24시간 진료 지원 등에 대한 수가 확대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여러 대형 병원들이 이 계획에 따라 병상을 감축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2111병상에서 290병상을 줄여 1821병상만을 운영할 계획이며, 이외에도 전북대병원 50병상, 고대구로병원 96병상, 고대안암병원 86병상, 고대안산병원 67병상, 경북대병원 34병상, 경희대병원 74병상, 중앙대병원 66병상 등이 감축될 예정이다.
이러한 병상 감축은 병원들이 중환자 및 필수 의료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응급 및 외상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배후 진료를 위한 인력도 보강되며, 응급전용 중환자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음압병실 등 진료 기반도 확충된다. 이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경증 환자가 다른 상급 종병으로 이송되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진료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적 의뢰 회송 수가'를 인상할 예정이며, 이는 회송을 보내는 상급종병뿐만 아니라 회송받는 진료 협력 병원에도 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계의 과도한 진료량 경쟁과 병상 확장 기조에서 벗어나 환자 건강 개선과 의료 질 제고에 집중하는 새로운 의료 공급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반응은 다소 냉담하다.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현재의 정책이 환자들의 상급종병 집중 현상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무리 의료기관에 지원을 늘려도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응급실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을 경증으로 보지 않으며, 병원이 전원하려 해도 환자 수용도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재정적 부담도 우려되고 있다. 예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 큰 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급종병의 구조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려는 정책이 중도에 수정될 경우, 병원들이 겪게 될 피해도 상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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