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책에도 시장 불안은 여전, “단기 처방에 그친다”

- 이달 들어 채권 발행액 크게 ↓ 정부 지원 ‘50조 유동성 공급’ 효과 긍정적일 것
- 일각에선 “중장기 리스크 해소 한계” 지적도

지난 23일, 정부가 강원도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50조 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 출처 : 연합뉴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3,000조 원에 가까운 채권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던 신용 보증을 깨트린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신용을 훼손시킨 사건이어서 시장이 받은 충격은 아직 여전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긴급 대책에도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상환된 약 2,000억 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3,000조 원 넘는 전체 채권 시장을 흔든 배경이다.

24일 시장에는 안도하는 분위기와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상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잔액은 약 2,597조 원에 달한다. 또 CP 및 전단채 등을 포함한 단기금융 시장(414조원)을 더하면 3,011조 원으로 3,000조 원을 넘어간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는 신용보증도 미지급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듦으로써 비우량채는 물론 최상위 신용도인 AAA급 채권 흐름까지 멈추게 하고 있다. 이달 최고 신용도를 보유한 지방채, 도시철도(서울, 지방) 채권은 발행이 제로 수준이다. 카드채 발행은 2,500억 원에 그쳤다. 매월 수조원씩 발행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할부금융채도 5,600억 원에 그쳤다.

이달 회사채 발행은 1조 9,960억 원 수준이다. 지난 9월 한 달간 9조 원대 발행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400조 원에 달하는 단기 유동화증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8~9%의 금리를 주고도 유통 시장에서 거래가 안 돼 일부 건설사·증권사는 부도설마저 나돌았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5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은 일단 단기금융 시장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와 단기간만 바라본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0조 원은 꽤 큰 규모"라며 "수천억 원 규모의 채권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급한 CP와 전단채 시장에 공급돼 급한 불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자본공급이 계속되는 점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유동성 위험에 대한 자본공급 기능과 신용위험에 대한 자본공급 기능을 구분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는 모든 금융회사에 자본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구조조정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라면서 "자본지원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필 상명대 경영공학과 교수는 일단 임시방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유 교수는 "단기적인 시장 유동성 공급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의 투자 신뢰성 및 중장기적인 잠재적 시장 리스크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금리상승 및 금융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서 앞으로 2~3년간 다가올 잠재적 시장 위험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정부에서 유동성 공급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할 시 규모적 및 시기적 적절성을 최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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