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만 반지하의 민낯, 폭우에 여지없이 드러나

- 서울 신림동 가족 참사... 상도동서도 50대 사망
- 물이 역류하고 외부에서 쏟아져 들어와 물 차는 것 순식간... 집중호우 기간마다 발생
- “일시적인 대책 보다 악순환 고리 끊을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72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반지하 거주자들의 피해와 불안감도 불어나는 빗물만큼 커지고 있다. 집중호우 때마다 반지하 참사는 계속되어 왔지만 무관심 속에 대책 마련은 늘 미흡하다.

연일 계속된 폭우에 반지하 거주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호우로 인한 서울 지역의 사망자 5명 가운데 4명이 반지하에 거주하던 이들이었다. 서울 신대방 인근의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20대 김모 씨는 “폭우로 인해 가구들이 침수됐고,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역류해 오물과 악취로 집안 살림 대부분을 못 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신림동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공시생 20대 안모 씨도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혼자 살고 있는데, 주변에 갈 곳도 없다”며 “정전으로 불은 안 들어오고, 물은 들어차 몸 누일 곳도 없는데 비는 계속 오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 출처 : 뉴시스

사망에 이르는 참사도 있었다. 8일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40대 여성 A씨와 A씨의 여동생, 여동생의 10대 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대피할 방법이 없었나”라며 “어젯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구나” 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거주하는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물이 차오르는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반지하 거주 인구는 31만 3992가구로 국내 전체 반지하 인구의 95.5%가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가 2.3명인 것을 고려하면 약 72만명이 수도권 반지하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호우 때마다 반지하 거주자들의 피해는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신림동 일대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된 곳이지만, 사고 당일 저녁에도 주민들은 대피 안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같은 양의 비가 와도 지하층은 한꺼번에 많은 물이 유입되거나 높게 차오르고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이 유일한 대피로이기 때문에 피난도 어렵다”며 “반지하가 많은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은 하수관로 용량이 적고 오래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정비하는 등 배수를 원활히 하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관계자는 “현실적이지 않은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반지하 거주자들이 반지하를 떠돌고 다니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며 “공공임대 주책 확보를 통해 이런 취약계층이 피해를 보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6시를 기준으로 총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었으며 1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과 상가는 총 2767동 침수되었으며 이 중 서울이 2419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공 침수는 서울에서 선로 침수 10건, 철도 피해도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3건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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