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폭발, 사실은 러시아 자작극?

- 러 연방보안국(FSB)와 국방부간 기싸움에 의한 ‘내분’ 주장 나와
- 러시아가 설명한 폭파방식 설득력 떨어져 여러 음모론 제기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를 두고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며 키이우 등에 보복 공격까지 감행했으나 러시아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출처: 로이터통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와 국방부 간의 기싸움으로 인한 ‘내분’이 원인이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언급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며 발표한 폭파 방식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외신의 분석과 전문가들의 설명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크림대교 폭파 사건의 원인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국방부 사이의 알력 다툼이 있다고 주장했다. 포톨랴크 고문은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바그너그룹(PMC,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은 러시아 국방부 수뇌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고 적었다.

그는 크림대교 폭파 사건을 언급하며 “연방보안국은 ‘푸틴 다리’(크림대교)의 폭발을 놓쳤다”며 “이제 국방부는 향후 남쪽 전선에서의 손실에 대해 연방보안국 탓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폭파 원인으로 지목한 트럭을 언급하며 “이제 누가 폭파했는지 분명해졌다. 트럭은 러시아에서 온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지목한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내부 소행설로 맞서며 정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11일 일본의 지지통신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 당국이 크림대교 폭발 사고를 러시아의 자작극으로 간주해 반론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 다수 지역에 대한 보봉성 미사일 공습이 지난 2일~3일부터 대대적으로 준비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포돌랴크 고문이 지난 10일 러시아의 보복 공격이 몇 주 전부터 준비된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도 소개했다.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원인을 두고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말한 ‘트럭 폭파설’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을 주장하면서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져 교량 일부가 무너졌고 근처 유조열차로 불이 옮겨붙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 조사위원회의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러시아의 주요 민간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이를 준비했다”며 “해당 트럭은 불가리아·조지아·아르메니아·북오세티야·크라스노다르 등을 지나왔다. 트럭을 운전하고 테러행위를 조직한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폭발 전문가를 이용해 러시아가 지목한 트럭은 이번 폭발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BBC의 영상 분석 결과 폭발에 따른 거대한 불덩이는 트럭이 교량의 오르막길을 오를 때 트럭 뒤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영국 육군에서 복무한 폭발물 전문가는 BBC에 “지금까지 차량에 실려 운반되는 급조폭발물(IED)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 폭발은 차량을 이용한 폭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출처 : UPI 연합뉴스

다리 위가 아닌 아래에서 폭발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육군 출신의 폭발물 전문가는 교량은 대체로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충격이 더 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밀리에 무인 항공기를 활용한 폭발물을 터뜨렸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교량은 상판을 향해 아래쪽으로 쏠리는 하중과 바람 등으로 인해 측면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다리 옆에 생긴 작은 물결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장면은 당시 보안카메라 영상에 포착됐다. 이 가설은 무인 보트를 통해 폭발물을 터뜨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지난 9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위치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근처에서는 센서나 잠망경처럼 보이는 장치 등을 장착한 의문의 무인 보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당시 이 보트를 조사한 뒤 해상에서 폭파했다.

우크라이나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취하고 있다. 크림대교 폭파를 반기면서도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기함 모스크바호의 침몰, 크림반도 내 해군 비행장 초토화 때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BBC는 “모두 계속 추측에 열을 올리도록 하는 걸 우크라이나가 만족스러워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인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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