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되어 있는 우리 장병들 앞에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란 외무부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외교부와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UAE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나 “여러분들은 국가로부터 명을 받고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라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라며 “형제국의 안보는 곧 우리의 안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외부무가 이란·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측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역사적, 우호적인 관계와 이와 관련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언론에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17일 외교부가 나서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차원의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만큼 불필요하게 확대해석 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이란은 1962년 수교 이후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실언으로 인해 국익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작심 발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이란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이상 외교 참사를 초래하지 않을려면 이번에는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바로잡을 것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며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워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란은 1970년 대 대한민국의 중동 건설 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6년에는 ‘포괄적 파트너쉽’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