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절규에도’ 방법 없어 더딘 구조작업... 절망하는 튀르키예

- 8일 오전 기준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희생자 7,800명 넘어... WHO “2만 명 넘을수도”
- 구조 골든타임 72시간... 한파에 악천후, 여진으로 인해 구조작업 계속 지연
- “구해달라 외침에도 아무도 안 와” 시민이 직접 잔해 파헤치기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인해 희생자가 8일 오전 기준으로 7,800명을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여전히 매몰된 건물 속에서 가족들의 외침이 들린다며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한파까지 이어져 구조작업은 더딘 상태이다.


▲ 출처 : 연합뉴스

A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8일 강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에서 5,894명이 사망하고 3만 4,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집계했다. 또 시리아에서도 최소 1,98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총 사망자는 7,800명을 넘겼다. 이는 구조와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확인돈 사망자만 집계된 것이어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으로 붕괴가 확인된 건물만 6,000여 채에 달한다. 튀르키예 당국이 구조대원 2만 5,000명을 급파해 8,000명 이상의 주민들을 잔해에서 구조했지만 여전히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폐허가 된 도시 곳곳에서 구조대가 주민들은 구조하는 영상과 사진은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지만 영하의 날씨와 120여 차례의 여진으로 인해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터키 남부 하타이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데니즈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너진 건물 속에서 부모님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있다”며 “그들을 어떻게 구하냐”고 절규했다. 무너진 건물에 갇힌 딸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뉴튼씨도 “내 딸이 추운 곳에 누워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라며 통곡했다.

오지 않는 구조대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주민들은 직접 맨손으로 잔해를 파해치고 있는 주민도 있다. 알리 울루씨는 가디언에 “무너진 집에 어머니가 24시간 넘게 갇혀 있지만 구조대가 오지 않아 직접 잔해를 파헤쳐 어머니를 구하고 있다”며 “친척 한명도 4시간 동안 매몰되어 있다 우리가 직접 파헤쳐 구해냈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해 도로와 인프라 등이 파괴된 것도 원활한 구조작업을 방해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마데비 순수온 대변인은 “가지안테프에서 하타이로 가는 도로 문제로 인해 유엔 지원이 중단됐다”며 “도로 문제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72시간을 ‘구조 골든타임’으로 경고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영하권 추위에 날씨까지 좋지 않아서 생존자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보다 짧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캐서린 스몰우드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주에 사망·부상자 수가 급증할 것이며 사망자는 초기 통계보다 8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튀르키예·시리아의 초기 집계 사망자 수는 2,700명이었는데, 사망자가 최대 2만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튀르키예는 구조 역량을 총동원하기 위해 강진 피해지역에 3달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레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피해 지역에 5만 명의 구호인력을 파견하고 53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역시 소방·군인 등 11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를 현지로 급파했다.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호 지원 인력이다.

미국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보냈고, 중국은 4,000만 위안(약 74억원)의 긴급 원조를 제공했다. 유럽연합(EU)도 12개국 이상의 회원국이 지원에 동참했고, 서로 전쟁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구조대를 보낼 의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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