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 부진에 이천시 세입 1,000억 원 줄어... 재정안정화기금 1,000억 원으로 조달
- 수원시도 삼성전자 법인세 15~30% 감소에 신규사업 중단
- 전문가 “지자체, 체계적으로 세입·세출 관리해야”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어닝쇼크에 빠지면서 이른바 ‘반도체벨트’라고 불리며 해당 기업들에 의존하던 경기 수원·용인·화성·이천 등의 지자체들에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벨트 내에 있는 지차제들은 평소 예산의 10~30%정도를 이들 기업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업부진으로 올해 세수가 예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9일 이천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업황 부진으로 SK 하이닉스가 납부할 법인지방소득세가 지난해 2,088억 원의 절반 수준인 1,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법인세 중 10%를 관할 지자체에 지방세(법인지방소득세)로 지불하는데 이를 각각 본사와 지점(사업장)이 속한 비중만큼 관할 지자체에 내는 것이다.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관할 지역 내에 대기업이 위치하고 있지 않은 이천시는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하이닉스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을 당시에 이천시는 하이닉스로부터 3,279억 원의 세금을 징수했고, 이는 2020년 시의 전체 예산 9,488억 원의 34.5%에 달한다.
하이닉스의 부진이 세수 감소로 이어지자 이천시는 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천시는 그동안 하이닉스가 낸 세금을 모아 2천억원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을 조성했다. 이중 1천억원을 올해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해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당장은 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통해 시정을 운영할 수 있지만, 장기간 반도체 업계의 부진이 이어지면 곳간이 바닥나게 된다"며 "적극적으로 기업의 부진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수원과 용인, 화성 3개의 지자체의 재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원시는 삼성전자가 올해 1,520억 원 가량의 지방세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141억 원보다 29%(621억 원) 줄어든 액수이다. 수원시는 세수 감소로 인한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신규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만 추진할 방침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는 4월 지방세가 들어와야 알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며 "선심성 예산이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업 예산은 줄이고 재정을 좀 더 세심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사업장이 위치한 용인시는 삼성전자의 지방세가 전년 대비 280억 원(30%) 줄어든 660억 원, 화성시는 400억 원(15%) 줄어든 23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용인과 화성은 감액추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액추경이 이뤄지면 사업의 중요도를 따져 후순위 사업은 예산이 삭감되거나 중단된다.
화성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고려하면 추산치보다 낮은 지방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필요할 경우 추경을 통해 급하지 않은 사업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지자체 재정이 기업의 실적에 따라 휘둘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세입·세출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산업의 성격에 따라 변동성 큰 기업이 있는 소재해 있는 지자체는 더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수입이 늘어났다고 해서 재정 지출로 바로 연결하면 이후 수익이 감소하는 시점에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일정 재정 비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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