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총파업에 미온적인 대전협...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보겠다”

- “17일이 총파업 마지노선... 중재안·거부권행사 없다면 의협 기조 따르겠다”
- 간호사보다 전공의 처우가 더 열악해... “면허취소법, 노동권 침해”

간호법·의료인 먼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의료계가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의사들 중심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총파업 참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업을 상정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하되 참여를 확정하는 것은 국무회의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결정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 출처 : 연합뉴스

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일과 16일 예정된 국무회의 결과에 따라 간호법·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 총파업에 동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7일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해당 법안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조를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두 법안 모두 중재안이 마련됐지만,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절차로 통과됐다. 이에 대한 회원들의 분노가 크고, 내부적으로는 파업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관련 논의를 더 미루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현재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두 차례의 국무회의가 남은 만큼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개시 후 내려질 수 있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대책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도 전했다. 특히 중환자실·응급실 등 파업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갈 곳으로 전망되는 기관은 제외하는 등 국민 피해와 건강에 위협이 가해지지 않는 수준에서 파업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로서 대의원회 의결 상황과 집행부·비대위 기조를 존중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총파업 참여 여부를 다른 단체를처럼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비대위 투쟁 로드맵에 적극 협력하고, 진행상황을 회원들에게 안내하겠다는 방침이다.

총파업 참여 형태와 관련해서는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전공의 특성을 살려 이중 24시간을 휴진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강회장은 “3일과 11일 파업은 의사보단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주축”이라며 “국무회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다. 협의회 입장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파업하겠다는 회원이 있다면 이 역시 존중하며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간호법·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함께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의사의 직역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함으로, 이날 진행된 대국민 기자회견 역시 이 같은 비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간호법과 관련해 간호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들의 처우개선은 반드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간호사들이 3교대에 초과 근무까지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주당 100시간, 36시간 연속근무를 반복하는 전공의들은 이들의 고충이 남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1인당 환자수 5명 제한 ▼인계시간 등 무임금노동 개선 ▼불필요한 위계질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보건의료직역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 직역만을 위한 간호법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간호법에 더해 정부가 간호사에게 대리수술·처방을 합법화하려는 정책기조를 보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실제 보건복지부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과 간호법 주요 내용을 종합하면, 간호사는 병·의원 및 지역사회에서 의사 없이 합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인면허취소법과 관련해선 살인 및 시체유기, 강간 등 중·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요건 강화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 의사면허취소법은 모든 범죄에 대한 금고형 이상 형사처분을 규제 대상으로 해 교통사고만으로도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는 업무개시명령과 엮여 전공의 파업 가능성을 제한해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헌법과 근로기준법, 국제노동기구 협약, 국제연합 협약을 모두 위배하는 사안으로 대외적인 국격 손상까지 우려했다.

일각에서 의료인면허취소법이 필요한 이유로 변호사 등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드는 상황과 관련해선, 의사들이 이미 업무개시명령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전협은 의사들의 파업이 국민 건강권 향상을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인 전공의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사면허취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의사들은 파업 시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를 각오해야 해 사실상 '의사 파업 방지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사명감만을 이유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필수의료 영역을 전공하려는 의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간호법으로 인한 의사 파업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판 받는 상황과 관련해선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도 거의 매년 파업하고 있다고 맞섰다. 반면 의사 파업은 2000년, 2014년, 2020년 세 차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또, 단순히 근무시간으로만 봐도 간호사는 주52시간 일하는 반면 전공의는 주88시간 일해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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