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13개 보건복지의료단체가 연일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부분파업에 적극 참여하고, 집회 참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간호조무사들과 응급구조사 등과 달리 정작 의사 사회 내부에서는 투쟁 동력이 집결되지 못하고 있다.

의협 이필수 회장도 이러한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오는 11일 2차 부분파업에 적극적으로 회원들이 참여해달라고를 호소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선 투쟁 현장에서 의사들의 목소리와 행동력이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이 회장은 현행 의료 현안과 이에 대한 의협 대응을 주제로 진행한 ‘제32기 의료정책최고위과정’ 강의에서 “결정적인 것은 언제나 현장에서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호법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결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집회에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힘을 실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원안 그대로 국회 통과된 것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펼치다 8일 만에 건강악화로 중단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의협이 보건복지의료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궐기대회 등 현장의 참여는 다른 단체들 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해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회원 참여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여러분은 (의료계) 지도자이기 때문에 알고는 있겠지만 회원들에게 막상 집회 현장에 참여를 촉구하면 안 나온다”며 “지금 보건복지의료단체의 궐기대회는 2만명, 3만명이 모이고 있지만 의사 인원은 2000명, 3000명이 안된다. 정말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대응 현장에서 의사 참여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다. 지난 3일 1차 부분파업 때도 의사 휴진 규모가 생각보다 저조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간 의협은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겠다”며 회원참여를 더욱 독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의료연대 활동은 의협이 주도하고 나머지 약소 단체들은 우리를 보고 나온다. 다른 단체는 학생들까지 나오는데 우리 의사들만 참여가 매우 적다”며 “참여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말보다는 행동이니 직접 참여로 도돠갈라”고 말했다.

간호법 투쟁으로 정국이 경색됐지만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란이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등 다른 현안 해결을 위해 협상력을 발휘하겠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 우리 현안이 매우 많고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투쟁은 투쟁이고 협상은 협상이다. 비급여 보고 문제나 검체검사 수탁 문제, 필수의료 문제 등 보건복지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최소한의 협상은 진행하면서 회원 권익을 지키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파기환송심 진행 중인 한의사 초음파 재판이 의료계 요청을 받아들여 의사 증인을 채택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확률이 1%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가능성이) 15%까지는 올라왔다고 본다"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