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너무 높다” 15개월 연속 적자에 빠진 한국 경제

- 반도체 수술 부진, 중국 경기침체 겹쳐 적자 지속
- 정부 “6월부터 하반기 수지 개선될 것... 산업계 전망보다 좋을 것”

한국의 무역수지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으나 적자 폭이 줄어들어 올해 하반기 말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품목들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확실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도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불황형 투자’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대중국 무역수지가 배터리 소재에 대한 의존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커지면서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5월 수출은 522억 4000만 달러, 수입은 54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21억 달러 적자의 무역수지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이어진 적자 행진에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73억 4000만 달러에 달하게 됐다. 지난해 전체 무역 적자 규모인 477억 8500만 달러와 비교해 벌써 57%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5월과 비교해 36.2%가 급감한 73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지난 1분기보다 무역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을 뿐 아니라 월별 일평균 수출액도 회복추세에 있다”며 “6월부터는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산업연구원이 올해 전체 무역수지가 3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전망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관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과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예측에 기반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무역적자는 산업연구원의 전망치보다는 훨씬 적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들어 월별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1월 125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2월 53억 2000만 달러, 3월 47억 4000만 달러, 4월 26억 5000만 달러, 5월 21억 달러 등으로 5개월 연속으로 적자폭이 줄어드는 추세긴 하다.

그러나 경기 부진의 여향으로 지난달 반도체(-14.6%), 철강(-17.6%), 컴퓨터(-22.9%) 등 주요 품목들의 수입액 자체가 줄어든 것은 위험 요인이다.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도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단가가 떨어지면서 각각 33.2%, 26.3%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무역수지 흑자 전환 시점이 수출 반등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중 무역수지가 배터리 소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의 영향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수개월 째 제자리 걸음인 것도 우려스럽다는 전망이 많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중국 상위 5품목 가운데 리튬이온 배터리(105.9%),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477.1%), 스마트폰 (102.9%) 등 이차전지와 IT품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에 4월까지 리튬배터리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약 95% 수준까지 높아졌다.

희토류의 경우에도 대중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중국의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공급망 편중 문제가 여전히 한국 경제에 있어 상당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산업 자립도가 상승하면서 중간재 분야에서 한국산 수입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IT 분야에서 중간재 내재화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기계·화학 수출 자립도는 2018년 각각 0.67, -0.5였지만 2022년 0.80, 0.29까지 올라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차전지 분야에서 중국산 소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다 한국도 이를 많이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는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중국의 핵심기술이 들어간 중간재를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연구개발과 국산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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