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고 혼수상태에 빠져 숨진 환자… 法 "1500만원 지급하라"

- 서울중앙지법, 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설명의무를 위반해
- 수술 후 급성 뇌경색과 뇌압 상승이 확인됐는데 치료가 늦었다
- 검사 전 "이미 뇌경색이 온 상태"

의료진들의 과실로 인하여 환자가 1년동안 혼수상태로 빠져있다가 사망하였다며 병원 운영진을 상대로 고소하였고 법원은 병원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진들의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최근에 환자의 유가족이 소송한 손해 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병원측에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였다. 나머지의 청구들은 기각하였다.

사망한 환자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시야장애로 B병원 신경외과에서 우측 경동맥 내막절제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 후 뇌부종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약 1년간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중증 뇌부종이다.

이에 유가족은 B병원 의료진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수술 전 혈류장애 위험성을 검사하지도 않았고 이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술 후 급성 뇌경색과 뇌압 상승이 확인됐는데 치료가 늦었다고도 했다. 수술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수술 전 검사부터 수술 후 응급조치까지 B병원 의료진이 과실을 저질렀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수술 전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B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약 열흘에 걸쳐 뇌·경동맥 MRI 검사와 MRA 검사, 혈관조영술, CT 검사 등을 시행했고 "수술 위험성을 초음파 검사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반드시 모든 환자에 대해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진료기록감정 결과를 인용했다.


또한 사망한 환자 A씨는 검사 전 "이미 뇌경색이 온 상태"라고 봤다. 의료진이 수술 중 혈류장애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혈전색전증 발생 예방을 위해 수술 당일까지 약 10일간 항혈소판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다. 수술 중에도 헤파린을 정맥주사로 투여했다"며 "수술 중 죽종을 제거하고 혈관을 봉합했는데 혈류가 흐르지 않자 혈전을 제거한 뒤 다시 봉합하는 과정을 두 차례 거쳤다. 여기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우회도관 사용은 "의학적 논란이 있고 전체 환자 10~20%만 필요하다"며 당시 의료진은 "수술 전 혈류 MRA 검사로 우회도관을 사용하지 않아도 혈액순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합리적인 판단 범위를 벗어나거나 우회도관을 꼭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혈관을 두 차례 재절개·봉합하면서 "뇌혈관 폐쇄시간이 길어졌고 이때문에 뇌허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의견에 대해서는 "현재 의학적으로 과관류증후군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환자 A씨는 이미 뇌경색이라 혈류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며 "뇌혈관 폐쇄시간이 길어져 그로 인한 뇌허혈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진이 우회도관을 사용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수술 후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처럼 경동맥 수술 직후 뇌탈출과 뇌압 상승이 발생하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의료진이) 진행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경과 관찰이 아닌) 수술 치료를 먼저 해도 예후가 더 좋아졌으리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씨 같은 경우 약물 치료를 해도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고 "뇌 CT 검사 시점보다 더 빨리 우측 감압적 두개절제술과 우측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 결과도 반영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수술 동의서에 "신경과적 합병증으로 뇌출혈 및 뇌경색"을 표기했고 의료진이 "뇌경색과 2~3시간 등 내용을 기재했으나" 이는 "A씨가 받은 수술이 아닌 일반적인 수술 합병증에 대한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의료진이 필기한 내용만으로 "환자가 수술 합병증으로 혈류장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내경동맥 협착이 심해 위험성이 더 큰데 "과관류증후군으로 뇌부종이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만 인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원이 유가족에게 위자료 1,5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손해 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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