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료인들, 의협 새 지도부 판도 좌우하나
비대위와 집행부의 연속성 요구…전공의 목소리 커져
차기 의협 회장 선출 앞둔 의료계, 세대 간 소통 과제 부각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취임 반년 만에 물러나면서 의료계의 판도가 크게 재편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에 따라 임현택 회장이 불신임됨에 따라, 새로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집행부에서 젊은 의료인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회장을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대전협은 임 회장과는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했지만, 새 회장과는 "상호 연대가 구축되길 바란다"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내놓았다.
대전협의 박단 위원장은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를 "구분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의협과 전공의 간의 소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의원회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비대위원장과 새 회장은 약 한 달 간격으로 선출될 예정이며, 비대위원장 임기는 새 회장 선출 전까지다. 하지만 이전 비대위와 임 회장 간의 마찰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비대위와 차기 집행부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대의원은 "11일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하고,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취소를 위한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잦은 지도부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는 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이나 김택우 전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그대로 차기 회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임시대의원총회 이후 본인의 SNS에서 비대위원장 선출을 차기 회장 "조기 선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제한될 수 있다.
교수단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역 개원의가 주를 이루는 기존 후보군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B 대의원은 "전공의와 의대생과의 소통은 대부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각 대학 교수 비대위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며, 교수 비대위원장을 세워 차기 회장과 전공의 사이의 다리 역할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C 대의원도 "이번 비대위원장은 지명이 아닌 투표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의협의 소통 의지를 보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비대위와 집행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가 비대위원장 또는 회장이 되는가'보다는 '전공의가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도 임총 후 언론 브리핑에서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하리라 본다"며, 앞으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대생과 전공의와 협의해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새 비대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A 대의원은 "전공의가 핵심이라지만, 의료계를 대표하는 법정 단체는 어디까지나 의협이다"라며 박 위원장이 임 회장을 퇴진시킨 후 의협 비대위에 공개적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D 대의원도 "박 위원장이 의협과 대전협의 연대를 위해 비대위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제는 실적을 내야 하는 시기이며, 회장까지 탄핵한 상황에서 더 물러날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함께 모여 정부를 뒤바꿀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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