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카카오 대란’ 1차 책임 SK C&C... 구상권 청구금은?

- SK C&C 데이터 관리부실 책임론 불거져
- 카카오, 피해자 보상안 마련 후 SK C&C에 구상권 청구 가능성
- KT 아현지사 화재 피해 보상액 350억~400억 능가할 수도

주말 카카오 서비스 불통 대란의 1차 원인인 SK C&C 측이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의 규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국민대표 서비스’가 재난긴급복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부실한 관리로 인해 데이터센터 화재를 유발하여 서버 입주자들에게 1차적인 피해를 입힌 SK C&C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총 3만 2,000여 대의 서버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가동해왔다. 사실상 메인 센터로 운용해왔던 탓에 일시 전원 차단에 따른 피해가 엄청났다. 카카오는 판교 C&C 화재로 인한 주요 서비스 장애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출범한다. 내주 안으로 보상 대책 소위를 통해 피해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 멜론, 웹툰 등 일부 유상 서비스별로 이용자 피해보상에 착수했다. 모빌리티와 게임 등 다른 서비스 역시 신고 채널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피해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날 판교 SK C&C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 "피해 보상에 대해 규모와 범위를 조사해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장애 서비스가 다 복구되면 각종 채널을 통해 받은 피해접수를 통해 이후 피해 보상 규모 등이 정확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IT 서비스 먹통 사고라, 이용자 피해도 통신망 장애에 버금갈 역대급 규모로 추정된다. 앞서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KT가 피해 고객 및 소상공인들에게 고작 '몇천원' 수준의 피해 보상액을 지급했음에도 그 규모는 350억~400억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KT 아현지사 사태의 경우 최장 통신 장애가 89분이었지만, 이번 카카오 서비스 불통 사태는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 계열 서비스뿐 아니라 카카오계정 로그인 및 카카오페이 결제와 연동된 고객사들이 셀 수 없이 많아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계열사 및 고객사 서비스 이용자 피해 보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프로세스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2014년 발생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다. 당시 삼성SDS 데이터센터 입주사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고객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주고 삼성SDS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총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카드가 청구한 금액만 수백억 원대로 알려졌다.

SK C&C가 부담해야 할 보상액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SK C&C가 손해 규모를 산정해서 배상금을 협의하겠지만, 과거 삼성SDS 사례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SK C&C 데이터센터에는 3만2000여대의 서버가 있다. 규모도 8년 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 출처 : 연합뉴스

관건은 이번 대국민 IT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책임이 어느 사업자가 더 클 것이냐의 여부다. IT 업계는 카카오의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체로 공감한다. 그럼에도 우선적인 책임은 관리 부실로 데이터센터 화재를 일으킨 SK C&C에 있음을 부인하는 시각은 없다.

경찰과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식 결과, 발화지점은 지하 3층 UPS(무정전전원장치) 3E-1 랙 주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발화 원인은 배터리 또는 랙 주변 전기적인 요인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은 정확한 이유를 따져보기 위해 17일 오전 합동감식을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감식 결과에 따라 귀책 사유가 밝혀지겠지만, 이번 방화가 의도적 방화나 테러가 아닌데 비주력 공간(전기실)의 화재로 주력 입주사들의 임대공간 서버 전원을 모두 차단할 정도였다면 애초 데이터센터 설계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전기실 화재로 대규모 고객사 서버가 일시 중단될 경우 감당하지 못할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대 공간의 전원 스위치를 내린 게 과연 합당한 조치였는 지도 따져봐야 할 쟁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방당국의 사고 원인 발표를 기다려 봐야 구체적인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SK C&C가 이중·삼중으로 대비했다는 비상전력공급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고 전체 전력을 차단한 이유를 모르겠다. 화재 등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비상전력공급시스템은 왜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화재 현장을 둘러봤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장)도 "데이터 시스템이 있는 곳은 2층부터라는데, 거기서 화재가 난 게 아니라 전원 공급 장치, 즉 전기가 오가는 지점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에 그걸 물로 꺼야 해서 전원을 차단했다는 어떻게 보면 원시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완종 SK C&C 클라우드 부문장은 "자체 데이터센터 내에는 비상 전원 공급 장치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원을 차단한 이유는 화재를 진압하려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안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불이 날 수 있는 상황까지 가정하는 극단적 상황은 처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관계부처와 함께 보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고의 진상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SK C&C, 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제대로 지켰는지가 핵심이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어느 정도의 위반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원인 분석을 상세하고 정밀하게 한 후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접수해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에도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 보완사항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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