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만원 지하철에 계속 타” 서울 지하철 파업에 ‘공포의 퇴근길’

- 출근길 대란은 없었지만 퇴근길 배차 줄여 교통대란
- 일부 역에서 출구·개찰구 앞까지 이용객으로 가득차... 무질서한 탑승에도 통제인원 없어

서울교통공사(1~8호선, 9호선 일부구간)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30일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없었지만 퇴근시간 대혼잡이 발생했고, 통제할 인원도 부족해 많은 인파에 의해 곳곳에서 위험한 풍경이 펼쳐졌다.


▲ 출처 : 연합뉴스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2호선 강남·선릉·역삼 등을 비롯해 서울 주요 지하철 역사가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대부분 이미 가득차서 역에 들어오는 열차에는 내리려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이 뒤엉켜 서로를 밀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 일부 승객들이 “밀지마세요”, “더 못타요”라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도 힘으로 밀며 탑승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높았지만, 총파업으로 인해 이를 통제할 인원도 없거나 부족해 ‘공포의 퇴근길’이 펼쳐졌다.

직장인 최모씨(34)는 “회사를 나와 오후 6시 20분쯤 역삼역에 도착했다”며 “게이트로 진입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였다. 6번 출구 계단이 경사가 가파른데 그 위까지 사람들이 몰려 엄청 위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도 생각이 났다”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누구 또 다치겠다’면서 수군거렸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평소보다 배로 몰려 그냥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1시간 가까이 대기한 뒤 오후 7시 50분쯤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4호선을 타고 가다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회사원 이씨(28)는 “2호선 열차를 3번 기다렸다가 탔다”며 “가는 길이 원래는 30분 거리인데 오늘은 지하철만 1시간 탄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중간에 동작·이촌 부근을 지날 때 지하철이 한 번 출렁했는데 사람들이 와르르 무너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호선 성수역에서 영등포구청역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씨(26)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역에 사람이 가득차있었다”며 “몇 대를 보내고 겨우 낑겨서 탔지만, 2정거장도 못간 채 왕십리역에서 내리는 사람을 위해 내렸다가 무질서하게 다시 사람들이 열차로 타기 시작해 밀쳐져 다시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차 안과 밖이 사람으로 가득차 무질서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역에 이를 통제해줄 인원은 한명도 없었다”며 안전사고를 우려했다.

소방당국에는 인파 위험을 알리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로소방서에는 이날 오후 7시 이후 “인파가 많다” “이태원처럼 압사 사고가 우려된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 2건이 신도림역과 대림역에서 들어와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인명 피해 등 특이 상황은 없어 돌아왔다”고 했다.

파업으로 인한 열차 지연과 인파 쏠림을 우려해 평소보다 일찍 지하철에 탑승한 이들도 위험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예견된 인파 밀집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안전조치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후 5시 30분쯤 지하철 3호선 하행선을 탄 A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공사 측이) 이렇게까지 관리를 못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상선(서울역→청량리역)은 10분, 하선(청량리역→서울역)은 20분 지연 운행됐다. 2호선 내선(시계 방향)은 33분, 외선(반시계 방향)은 27분 연착했다.

3호선도 상선(오금역→대화역)은 25분, 하선(대화역→오금역)은 28분 운행이 지연됐다. 4호선 역시 상선(남태령역→당고개·진접역)은 10분, 하선(당고개·진접→남태령역)은 18분 지연됐다. 5~8호선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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