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떠도는 60년 된 3만 2,000t ‘유령’ 항공모함, 결국 침몰 결정

- 브라질 해군, 정박 거부당해 해안 떠돌고 있는 3만t 항공모함 결국 침몰 계획 발표
- 퇴역 후 튀르키예 조선소로 매각됐으나 유해물질 ‘석면’ 검출로 입국 불허
- 브라질 항구들도 배 크기·방치 우려에 정박 거부... 몇 개월 째 브라질 앞바다 표류 중

브라질 해군이 수개월 째 바다에서 포류하고 있는 퇴역 항공모함에 대해 대서양에 침몰시키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해군은 수개월동안 자국 앞바다를 떠돌고 있는 재래식 항공모함 ‘상파울루 호’를 브라질 해역 내의 대서양에 수장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정에 앞서 브라질 검찰은 이 배의 폐기로 인해 발생할 환경 오염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과 브라질 환경부의 의견을 수렴해 해군의 조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이날 법원이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브라질 해군은 성명을 통해 “이 배가 바다위에 떠 있는 여건이 악화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몰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체를 폐기하고 계획된 방식으로 침몰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루 호는 60여년간 항해하며 바다를 지켜온 항공모함이다. 상파울루호의 원래 이름은 ‘포슈’로 1963년 프랑스에서 건조될 당시 1차 세계대전 때의 프랑스 명장 페르디낭 포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최신식 기술로 설계된 이 배는 배수량이 만재 때 3만 2,000여 톤으로 전투기 40여 대를 실을 수 있다. 40년 가까이 프랑스 해군에서 활약한 ‘포슈’는 2000년 브라질로 인계되었다.

‘상파울루’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브라질 해군의 유일한 재래식 항공모함이 된 이 배에 대해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페르난두 카르도주는 “상파울루 호의 취역은 우리 해군이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능력을 증대시켰다”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장비가 노후되면서 운용하기 힘든 정도의 비용이 들자 상파울루 호는 2018년 공식적으로 퇴역했다.

이후 박물관 함으로 쓰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상파울루 호는 2021년 고철용으로 튀르키예의 한 조선소로 매각되며 고물로 팔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해군기지를 떠나 튀르키예로 향했던 이 배는 튀르키예 당국이 유해물질인 ‘석면’ 검출 가능성을 이유로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아 다시 브라질로 돌아왔다.

그러나 브라질 항구들도 이 배가 정박한 뒤 오래 방치될 경우 위험과 배의 크기 등을 고려해 정박을 허가하지 않았고, 결국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몇 개월 동안 브라질 앞바다를 포류하던 상파울루 호는 ‘유령 함선’ 취급을 받다 결국 브라질 해군은 해안으로부터 350km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배 안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내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발표되자 수많은 환경단체와 언론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독성 물질로 인해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던 항공모함이 해양에서 가장 큰 쓰레기 중 하나가 되려고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바젤행동네트워크(BAN)의 짐 퍼킷 국장은 이 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중대한 과실이며 국제 환경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모함을 이러한 방식으로 가라앉힐 수는 없다며 다시 브라질 내로 들여와 환경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해양쓰레기 프로그램 책임자인 낸시 월리스도 "바다에 버려진 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독성 화학물질이 해양 동물들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버려진 선박은 기름 유출을 일으키고 페인트 등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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