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 제정과 의료인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중재안을 마련하고자 관련 직역들과 3자 대면을 통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는 않고 있다.

강력하게 해당 법안을 추진중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대한간호협회도 중재안 마련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간협 측은 이미 여야가 합의를 통해 검증된 법안의 중재안을 수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간호법 수정이 아닌 철폐가 기본 입장이다. 다만, 의협 측은 중재안의 내용과 수준을 살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중재안에 반영될 구체적인 요구안을 마련해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으면 간호조무사 관련 내용을 간호법에서 아예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11일 국민의힘은 13일 국회 본회의에 표결이 유력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에 대한 양 측의 의견을 반영한 중재안 마련을 위해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한다.이날 간담회에는 13개 보건의료단체를 대표해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대표인 의협·간무협·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표와 간협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간협 측은 중재안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간협 관계자는 10일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양보할 것은 다 양보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면서 보건복지위원들이 보건복지부에 타 단체 의견을 듣고 정부안을 마련하라고 했으며, 현재 간호법에 반영됐다”며 “뺄 내용은 다 뺐다. 또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간협 관계자도 “간호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 같으니 갑자기 수정안을 만들자는 건가. 갑자기 중재에 나선다니 당황스럽다”며 “여야 합의된 안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합의 파기’라는 뜻인가. 이미 검증된 내용을 다시 되짚는 자리만 될 것”이라고 난감해했다.

이어 “(간호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반대 단체에 ‘할 만큼 했다’고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최근 주호영 원내대표는 간호법을 두고 ‘정권타격용’이라고 했다.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정당 대표가 그런 말까지 했다.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단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만큼 각 단체의 주장을 충분히 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 단체의 요구안은 조금씩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면허취소법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간호법에 한해서는 제정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은 “면허취소법은 성범죄 등 중범죄에 한해서라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며 “그러나 간호법은 제정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싶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고생한 보건복지의료인 전체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여당이 간호법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어떠한 중재안도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내용과 수준을 봐야 한다. 현행 간호법에서 일부 수정하는 식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간무협은 제시한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를 제외하고 ‘간호사법’으로 제정하라는 입장이다. 간무협 관계자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요소를 수정하고, ‘간호사 등’이라는 부분도 ‘간호 인력’으로 바꿔야 한다. 간호조무사 업무에 대해서도 해외처럼 ‘의사·치과의사 또는 간호사 지도 하의 업무’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단체 설립 조항도 의무 조항으로 수정돼야 한다”며 “간호조무사도 간호법 당사자인 만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를 빼고 간호사만으로 간호사법을 만들면 된다. 간호사법을 만든다면 간무협이 굳이 나서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임상병리사협회는 의료기사 단체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전달하겠다고 했다. 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간담회에서 임상병리사 입장뿐 아니라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포함한 의료기사들의 입장을 대표로 전달하기로 했다. 각 단체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