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웅’이라 칭찬 받던 ‘코로나 병원’, 아무도 가지 않는다

최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혜민병원은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병원은 지난 2021년 말부터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코로나19 환자들만 받는 전담 병원으로 진료하다가 올 초부터 일반환자들을 다시 받았다. 코로나 환자들이 사용한 투석실 등을 다시 일반 환자 용으로 되돌리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병관 혜민병원장은 “최대한 밝은 느낌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병원 외벽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코로나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가시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한다.


▲ 출처 : 연합뉴스

올 봄에 들어서며 드디어 3년여 만에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이 찾아오는 분위기이지만 혜민병원처럼 그동안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병상을 통째로 내줬던 병원들에겐 시린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이 90%에 이르던 코로나 초기, 자발적으로 전체 병상을 비운 병원 16곳을 정부는 ‘거점전담병원’으로 설정해 운영해왔다. 지난해 1월 전담병원 지정이 모두 해제됐지만 다시 일반 환자들은 해당 병원들을 찾지 않는다.

정영인 용인강남병원장은 “현재 299개의 베드 중 70베드만 차있다. 코로나 전에는 80%이상 차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3주 전부터 다시 일반 병상을 운영해온 대전의 한 병원도 340병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 입원해있는 환자는 고작 12명 뿐이다. 해당 병원은 코로나 전 450병상을 운영하며 420병상까지 입원하기도 했던 병원이다.

16곳 병원 중 10곳 병원의 병원장들은 ‘코로나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김병근 평택 박애병원장은 “평택 시민들은 ‘너네 참 훌륭하다, 잘했다’ 하신다. 그런데 내가 그 병원에 입원한다? 그건 망설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 의정부의 B병원도 “더 이상 코로나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이라는 걸 홍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B 병원장은 “올해 초부터 아파트 광고와 플래 카드를 붙이고 원래 다니던 환자들에게 일주일 간격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은 정부 도움 없이 다 병원 자력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병원이 되는 과정에서 나간 의사와 간호사 수를 회복하는 것도 숙제다. 인천 C 병원은 “코로나 1년 겪으면서 의사는 15% 정도가 나갔고 간호사는 한 병동이 빠질 만큼 이탈이 있었다”고 했다.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코로나에 불필요한 기능, 예를 들면 재활치료센터 직원 50~70명 되는 분들 다 정리했다”며 “사실상 다시 병원을 시작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A 병원 관계자는 “전담 병원 지정될 때 환자를 한 20일 만에 340명을 퇴원시켰다. 그러다보니 의료진 15명도 다 나갔다. 나는 물리 치료사인데 코로나 환자를 어떻게 보라는 거냐 그런 불만도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들에 ‘회복기 손실 보상금’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지원 규모가 너무 적어 거점전담병원 현장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최대 1년까지만 전담병원 설정 전의 매출만큼 보존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병원들은 환자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 만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가와 의료진 급여 수준 등이 3년 전과는 달라졌는데 3년 전 매출을 100% 채워준다 해도 지금 기준에선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실 보상 기간이 1년인 것에 대해서도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도 코로나 전담 병원들이 2019년 진료 실적을 회복하는 데 4.3년이 걸릴 거라고 예측했다”고 반박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병원을 지정하고 이후에 보상할지 정부가 이참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반 영구적으로 운영할 감염병 전담 병상을 마련하는 등의 대안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 1700병상을 확보해 평소엔 일반 환자들을 받다가 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일주일 내에 감염병 전담 병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보상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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