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가협상 제도 개선했다고 함에도 가입자, 공단의 밴딩 규모 고정된 인식 변화 없어
- 여전히 방어적인 태도로 2% 한계선 원칙 고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 내내 어느 때보다도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 ‘저수가’가 무엇인지,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정도는 인식하게 됐지만 2024년 수가협상에서도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공단도 수가협상 전인 5월 30일 재정운영위원회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 간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고, 재정운영위 재정소위원회 시간을 통상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늘 이어졌던 밤샘 협상-결렬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욱이 공단은 의약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수가모형도 변화를 모색해 ▼SGR 개선모형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증가율과 MEI증가율 연계모형 등을 개발해 기존 SGR모형에 4가지 모형을 모두 활용해 수가 협상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전 수가협상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024년도 수가협상도 결국 5월 31일 시작해 밤샘 협상을 거쳐 6월 1일 새벽 6시에 마무리됐다.
가장 먼저 병원 유형이 1.9%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였고, 그 뒤를 치과가 3.2%, 한의과가 3.6%로 합의를 봤으나 의원은 1.6%, 약국은 1.7%라는 역대 최저 수가인상률을 제시받고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된 의원과 약국 외에도 타결된 병원 등 다른 유형들도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 단체들은 여전히 이전과 같이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건강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힘썼고, 공단 역시 보험수가 용도의 재정치출은 2%인상 전후로 제한해야 한다는 2% 한계선 원칙에 따라 밴딩 규모를 설정했다. 아무리 방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수가모형을 도입해도 보건의료서비스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 개선 없이 오늘날의 저수가 문제 해결은 묘연해보인다.
지난해 2023년 수가협상을 마친 직후에 수가협상단 단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던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밴딩을 올리지 않은 채 유형간의 파이 나누기식으로 진행되는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24년도 수가협상 역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개협으로부터 2024년 의원유형 수가협상단 권한을 넘겨받은 대한의사협회 역시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사상 최저 수가인상률을 사실상 강요당하는 상황에 허탈감을 토로했다.
김봉천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결렬 직후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거시지표 등을 활용해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결국 거시지표의 반영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밴딩의 규모 및 결정과정의 불투명함, 협상결렬시 조정절차 부재 등 기존 수가 협상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보다 10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더 투입해 1조 2000억 원이 넘는 추가재정소요분을 투입됐으나 공단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어적인 태도로 수가협상에 임하며 2% 한계선 원칙을 고수했다. 건보재정이 누적 흑자 24조 원에 달하는 상황 속에서도 원가 미만의 의료분야에 대해 재정 투입을 아까워하는 인식이 깨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 부족, 붕괴 사태도 결국에는 원가 이하의 저수가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을 전 국민이 인식할 정도로 잘 알려졌다. 원가 미만의 보험수가는 결국 비급여 영역을 넓히고, 진료량과 진료시간대를 늘려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당연히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 대신 돈이 잘 벌리는 미용분야를 선택하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저수가 문제가 우선적으로 정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수가협상을 마치 의사의 연봉 인상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지속된다면 나와 우리 가족이 정말 생명이 위태로울 때 치료해 줄 의사를 찾기 어려워지는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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