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초등학생이 뇌출혈 진단을 받은 후 2주만에 사망한 가운데 학교 측의 미숙한 대처와 소아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 채 이송된 사실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1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A양이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공개된 학교 내 엘리베이터 CCTV를 보면 A양은 갑작스럽게 몸을 휘청히며 바닥에 주저 앉는 모습이 보인다. A양은 당시 극심한 두통을 느껴 보건실로 향했다 교실로 다시 돌아가던 중이었다.

A양은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하다 결국 바닥에 누운 채 머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CCTV 영상은 사건 당일 오전 10시 40분쯤 촬영된 것으로 3분 넘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홀로 방치되던 A양은 도움 요청을 들은 교사가 문을 열러준 뒤에야 밖으로 이동될 수 있었다.

A양의 모친이 학교측의 연락을 받고 도착했을 때에는 A양이 이미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 때였다는 것이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A양 부모에 따르면 A양은 이미 복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에도 위급한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할 법 했지만 학교 측은 119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후 A양은 교사에게 두통을 호소하고 보건실로 향한 지 약 50여분 만에 구급차에 탑승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 부모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답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며 “응급처치 매뉴얼에 따라 대처했다”고 밝혔다.

119 구조대가 도착한 직후에도 병원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한동안 A양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대전시 내에 위치한 어느 병원도 A양을 수용할 환경이 되지 않았고, 결국 세종시의 병원까지 이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신고 접수를 하고 곧바로 출동한 119 구급대는 대전 관내 병원에 A양 이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했으나 모든 병원으로부터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측으로부터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답변 받았고, 더 가까운 세종충남대병원으로 A양을 이송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출동 뒤 1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고, 학교에서 허비한 시간까지 더하면 약 2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결국 A양은 세종충남대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했으나 2주만에 세상을 떠났다.

소방 관계자는 “이송이 지연될 수 있어 곧바로 이동하지 않고 현장에서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한 것”이라며 “당시 소아신경과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타지역으로 이송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