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장애 생겼다며 의료진 상대로 10억대 소송...항소심도 '기각'

- 대구고법 손해 배상 청구 항소 모두 기각 결정
- "의료 과실 없다…수술 판단은 주치의 따라야"

의료진 과실로 인하여 신생아가 장애가 생겼다면서 산부인과 전문의와 병원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손해 배상을 요구하였으나 소송에서는 1심에 이어서 항소심도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지난 12일 대구고등법원은 신생아의 뇌손상 원인이 의료진 과실에 있다면서 분만의와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 배상 청구를 1심과 같이 모두 기각하였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5년 6월 B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출산했다. A씨는 임신 19주 차부터 B병원 진료를 받았다. 임신 기간 중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A씨가 출산을 위해 내원한 당일 오후 5시경 박동 대 박동 변이도 소실 양상이 나타났고 이후 5시 15분부터 37분까지 간헐적으로 만기 태아심장박동수감소 양상을 보였다. 이를 확인한 산부인과 전문의 C씨는 5시 35분경 부부에게 제왕절개수술을 권했다.


5시 55분경 분만실 간호사가 태아심장박동수와 태변 착색을 보고하자 C씨는 6시경 분만실로 돌아와 다시 응급제왕절개수술을 권했고 약 40분 뒤 A씨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직후 신생아 산소포화도와 심장박동수 수치가 하락하자 의료진은 앰부배깅을 시작했고 약 10분 뒤 정상 수치를 회복했다. 의료진은 수치가 돌아온 후로도 아이가 울음·활동이 거의 없자 그날 저녁 7시 34분경 상급의료기관인 D병원으로 전원했다.

태어난 아이는 D병원 검사에서 태아 성장 지연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진단됐고 뇌성마비로 인한 경도 사지마비와 심한 연하·인지·언어장애를 앓고 있다.

A씨 부부는 의료진 과실로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 배상금 총 10억5,764만6,810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부부는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전문의 C씨가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고 응급제왕절개술 결정도 늦었다고 했다. 분만 후 응급처치도 잘못됐다고 했다.

A씨 부부는 "사고 당일 오후 5시 15분경부터 만기 태아심장박동수감소 양상이 나타났는데 C씨는 약 25분간 이를 방치했다"며 "(늦어도) 5시 35분경에는 응급제왕절개술해야 했는데도 (C씨 과실로) 25분이 지난 6시에나 제왕절개술을 결정해 태아가 저산소 상태에 오랫동안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분만 직후에도 의료진이 태변 제거를 위한 기도 삽관 등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태어난 아이가 태변 흡입으로 수 십 분간 호흡곤란 상태였고 이 때문에 저산소성 뇌손상 후유증을 입었다"고 했다.

태아 상태나 위험성은 물론 응급제왕절개술 필요성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즉시 제왕절개술을 선택하지 못했고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도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 2022년 7월 열린 대구지방법원 원심(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환자 내원부터 출산까지 태아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했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 진료와 달리) 분만은 순조로운 '변화' 추이를 관찰한다. 산모와 태아 경과관찰은 누적된 기록으로 이뤄진다"며 "분만기록지와 NST검사기록지에 의하면 B병원 의료진은 의료계 권고사항을 준수해 태아심장박동수를 측정했다"고 했다.

비록 담당의인 C씨가 분만실에 계속 머물리 않았으나 다른 의료진(간호사)이 계속 경과를 관찰했고 "(C씨는) 산모와 태아 상태를 보고 받으면 즉각 조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의사가 분만실에 항시 대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분만에 대한 경과관찰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응급제왕절개수술 결정과 시행 과정에서 담당의사인 산부인과 전문의 C씨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내원 당시나 출산 전 정기진찰에서 특이소견이 없었고 간헐적인 만기 태아심장박동수감소나 박동 대 박동 변이도 소실 양상만 보고 그 즉시 응급제왕절개술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응급제왕절개술은 앞선 수치 변화와 다른 징후를 종합해 담당 주치의가 임상경험과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며 "태아심장박동체계 해석상 태아는 적어도 (제왕절개를 결정한) 6시경까지는 CategoryIII(비정상) 단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은 (수술 결정 뒤인) 6시 14분경부터 급격하게 나빠졌다. C씨는 오히려 (그 전인) 5시 35분경 제왕절개술을 권유했고 55분경 태변착색을 발견하자 즉시 제왕절개를 결정해 태아곤란증 발생 가능성을 대비했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가 6시경까지 담당의 C씨가 분만실에 돌아오지 않아 수술이 늦어졌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35분경 제왕절개술 권유를 받고) A씨가 가족 의사를 확인하느라 (당시 수술을 즉시) 결정하지 못했고 (C씨가 돌아온) 6시 이전에 A씨가 제왕절개술에 동의하거나 바로 실시하라는 의견을 표명하지도 않았다"며 "제왕절개술 결정도 환자가 아닌 C씨가 했다"고 지적했다.

출산 후 응급처치나 전원 조치도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A씨 부부 주장과 달리 태어난 아이는 태변흡입증후군 진단·치료를 받지 않았고 "출생 후 첫 단계 치료도 일반적인 방법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10분 만에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점을 들어 "비록 기관 내 삽관은 하지 않았으나 출생 후 응급처치는 적절했다"고 봤다. B병원이 분만간호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간호기록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며 "간호기록지를 사후 기재했다기에는 내용이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수술기록지와 아프가 점수가 일치한다"고 했다.


간호기록지에 전원 의뢰서나 D병원 입원기록지와 상이한 내용이 존재하나 "의뢰서는 전원 결정 후 B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기억에 의존해 작성했고 O병원 입원기록지는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다"며 "일부 내용이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간호기록지가 허위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B병원 의료진은 세 차례 제왕절개수술에 대해 설명했고 "5시 35분경에는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이 CategoryIII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의료진이 확정할 수도 없고 예측하기도 어려운 저산소성 뇌손상 가능성까지 설명하길 기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고가 자궁 내 성장지연 등 출산 전 문제로 일어났을 경우도 고려했다.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A씨 부부가 항소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대구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과 결론을 인용해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나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선고했다.

제왕절개술 결정이 지연된 이유는 "산모인 A씨가 분만실을 벗어나 전화로 가족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수술 판단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담당 주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진료감정 의견도 고려했다.

분만진행기록지에 C씨와 당직의 E씨가 "현재 상태와 수술 가능성을 설명했다"고 기재한 점도 주목했다. 제왕절개술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태아 상태가 좋지 않고 제왕절개술을 하지 않으면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을 것"이고 당시 응급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료진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를 세부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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