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살린다면서'…"홍보용이었나" 억울한 전공의들

- 복지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복지부 제2차관·전공의 대화' 간담회 개최
- 류옥하다 씨, "복지부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고 태도가 모호하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선언하였던 정부는 의료계에 적정한 보상과 사법적인 부담 완화 등을 약속하였다. 젊은 의사들의 대우 개선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현장에서의 의견들을 수렴하겠다고 전공의들을 잇따라 만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은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정부의 말에는 정작 중요했던 '알맹이'는 빠졌다고 하였다.


▲ 출처 : 연합뉴스

26일 저녁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복지부 제2차관·전공의 대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11월 7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와 함께 간담회를 가진지 약 두 달 만에 만남이다. 간담회장 및 온라인 플랫폼 줌(ZOOM)으로 68개 수련병원 전공의 100여명이 참석하였다.

복지부는 이번 간담회를 "필수의료 첨병"인 전공의에게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재한 박민수 제2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지금을 필수의료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따라서 "정의로운"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본연의 목적에 걸맞은" 인력 운용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의료사고 안전망"을 세워 법적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필수의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의 의료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정책에 투입할 재정 마련 방안부터 사법 부담 완화, 수도권 병상 급증 대책 등을 물었다. 정책 방향성을 넘어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정부가 "바꾸겠다"는 '의료의 미래'가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정부 답변은 "내용이 없고 모호했다"는 평가다. 복지부가 밝힌 이번 간담회 취지와 달리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복지부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고 태도가 모호했다. 오늘 행사에 나온 전공의들이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면서 "두루뭉술한 답이 반복되자 현장에서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줌 채팅에도 복지부에 항의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했다.

류 씨는 "또 지방 전공의에게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적게 주어졌다. 주로 줌 채팅으로 이뤄졌는데 현장까지 다 합쳐도 발언한 지방 전공의가 서넛에 불과했다"며 "여기서조차 지방 필수의료는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A씨도 "이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래서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다. 그런데 쏙 빠졌다. 그저 '하겠다 하겠다'만 반복했다"며 "지금 이상은 아무것도 없구나하는 인상만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간담회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어수선했다. 물론 실무에서는 많은 노력이 오가리라 생각한다. 다만 적어도 이번 자리만큼은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며 "솔직히 말해서 실망했다. 비단 저 혼자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간담회 후 기자와 만난 대전협 박단 회장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 외에 진일보한 부분은 찾기 어려웠다"며 "이런 방식이면 앞으로 (복지부와 비슷한 자리가 마련돼도)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했다.

박 회장은 "장관 간담회가 두 달 전이다. 달라진 점이 없다. 박 차관이 이번 간담회에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고 안다. 때문에 많은 전공의가 무리한 일정에도 참석했다. 최소한 (복지부 측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복지부가 '전공의와 소통한다'는 홍보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관련 법제도 개선으로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현장 위기는 커지는데 관련 정책은 더뎌 "정부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전공의 근무 시간 개선 등을 담은 전공의법 개정안은 지난 집행부부터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에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의견이 수렴됐고 적용이 어렵지 않다면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해법도 있다.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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