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애플 지분 115조원 어치 매각... "포트폴리오 조정인가, 경기침체 대비인가"
주식시장 호황 중 대규모 매도에 의문 제기... 전문가들 "과잉 해석 경계해야"
매각 수익 현금 보유·국채 투자 소식에 경기 전망 우려 확산... 향후 행보 주목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애플 지분을 대폭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매각은 경기 침체에 대비한 전략적 움직임인지, 아니면 단순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인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6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842억 달러(약 115조 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규모 매각이 이루어진 시점은 주식 시장이 상승 랠리를 보이던 때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매각이 애플 주가가 23% 상승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이 최근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성장세 회복과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능 도입으로 인한 아이폰 판매량 증가 전망을 밝힌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버크셔가 애플 주식 보유를 처음 공개한 2016년 이후, 애플의 주가는 약 900% 가까이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버크셔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평가익을 얻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이 단순히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매각 이후에도 애플 주식은 여전히 버크셔가 보유한 최대 단일 종목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버크셔의 이러한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5월 연례 회의에서 버핏은 올해 1분기에도 애플의 지분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버핏은 애플 투자가 너무 성공적이어서 막대한 자본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지분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루어진 매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들도 최근 약세로 돌아섰으며, 애플 주가 역시 최고가 대비 6% 하락한 상태다.
더욱이 버크셔가 애플 주식뿐만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도 38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어치나 매각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대규모 매각으로 얻은 수익을 버크셔가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국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역시 경기 침체에 대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클리어스테드 어드바이저의 수석 매니징 디렉터인 짐 아와드는 "버핏이 곧 경기 침체에 들어간다고 판단해 나중에 주식을 싸게 매수하기 위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들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과잉 반응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단기적인 매각 움직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과 버크셔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향후 버핏이나 버크셔 측의 추가적인 설명이 나온다면, 이번 매각의 진정한 의도와 버크셔의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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