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북 포항 남천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침수될 우려로 인해 차를 빼러 갔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A군이 15시간 만에 생환한 어머니 B씨에게 급박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였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6일 어머니 B씨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하며 포항을 덮치자 지하 주차장이 침수될 것을 대비하여 차량을 옮기려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평소에도 어머니를 잘 챙겼던 중학생 아들 A군도 어머니 걱정에 함께 집을 나섰다가 바로 옆 하천 범람으로 인해 갑자기 들이닥친 빗물에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A군과 B씨 모두 실종되었다.
어머니 B씨는 실종 신고 접수 후 약 14시간 만인 6일 밤 9시 41분,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주차장 천장과 천장으로부터 30cm 아래 설치된 배관 사이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주민 9명 중 두 번째 생존자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생존자이다.
그러나 A군은 3시간 뒤인 7일 밤 0시 35분경 계단 앞쪽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군의 아버지이자, B씨의 남편에 따르면 B씨가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물이 들이닥쳤고, 차 문이 열리지 않자 A군이 B씨를 가까스로 차량 밖으로 구출했으나, 그 과정에서 이미 가슴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한다.
어머니 B씨는 평소 어깨가 좋지 않았고 수영을 하지 못해 행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아들이라도 살리고자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지하 주차장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내보냈다. A군은 B씨에게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 모자는 헤어졌다.
A군의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면서도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A군의 친구도 “비가 그치면 아침에 만나 같이 놀자고 서로 문자를 했는데 말없이 떠나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이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어머니 B씨와 30대 남성 등 최초 구조된 주민 2명은 실종 13~15시간여 만인 6일 오후 8~10시 기적처럼 생환했지만, A군 등 뒤이어 발견된 실종자 7명은 모두 사망 추정 상태로 발견됐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포항의료원에 마련됐다. 빈소는 현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인척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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