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속히 드러나는 계획범행 정황... 위생모·현금인출시도·GPS 조작앱·정신과진료기록
- 피해자 예전 거주지 찾아가 집 인근 배회하다 비슷한 여성 7분여간 미행하기도
- 과거 이미 음란물 유포 두차례 처벌... 경찰 ‘보복살인’ 혐의 적용할 듯
직장 동료였던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 끝에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31·구속수감) 씨가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휴대폰에 GPS(위치정보시스템) 기록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고, 범행 당일에는 정신과 병원에 진료 흔적을 남기고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 시도하는 등 범행 발각 시 도주 및 감형받으려는 치밀한 행적도 드러났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사무실을 방문해 본인을 ‘휴가 중인 불광역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역무원 컴퓨터를 통하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를 확인했다. 전 씨는 당시 피해자를 불법 촬영 등의 이유로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해제된 상태였다.
범행 당일인 14일에도 전 씨는 구산역과 증산역에서 메트로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지 및 근무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대별로 범행 당일 행적을 살펴보자면, 전 씨는 범행 약 8시간 전인 오후 1시 20분쯤 자신의 집 근처 현금자동출입금기(ATM기)에서 1,700만 원을 인출하려 했으나 인출 한도를 초과해 실패했다. 이후 전 씨는 이 금액에 대해 “부모님께 드리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범행 후 도주에 쓸 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집에 들린 전 씨는 2시 30분쯤 증산역으로 향해 메트로넷에 접속한 뒤 피해자가 과거에 살던 집 근처로 이동하여 주변을 배회했다. 그는 피해자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여성을 7분여간 미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 씨가 범행일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인근을 찾아간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만나지 못한 전 씨는 오후 6시쯤 구산역 고객안전실에서 또 한 번 메트로넷을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 정보를 재확인했다. 신당역임을 확인한 전 씨는 승·하차 기록이 남는 교통카드 대신 일회용 승차권을 구입해 구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이동했다. 신당역 도착 후 역내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던 전 씨는 한차례 피해자를 마주쳤다가 두 번째로 마주친 저녁 9시경 화장실로 뒤따라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전 씨가 치밀하게 범행 발각 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다. 전 씨의 휴대전화에는 GPS 정보를 조작하는 앱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일부 파일은 이미 삭제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전 씨는 또한 범행 당일 오후 3시쯤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사법 처리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 씨가 과거 음란물을 유포해 두 번이나 형을 받았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전 씨는 피해자로부터도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 등을 고소당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17일 전 씨의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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