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병상 정보 공유 시스템 없어 3년 동안 카톡 단체채팅방 의존
- 체계 없어 발생하는 현장 혼란 의료진이 감당해
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체계도 포함이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먹통이 되자 병상 배정은 담당자 간의 유선 연락으로 이뤄졌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환자의 정보와 현황 공유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지난 15일 오후부터 카카오톡 서비스가 멈추자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병상배정반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던 병원과 보건소 담당자들은 문자와 전화,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카카오톡 외에 업무 공유 통로나 백업 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의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실시간 상황판도 업무 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업무 지연과 혼란에 따른 책임과 '뒷감당'은 고스란히 의료진과 현장 인력 몫이었다.
지난해 11월 4차 유행 당시 병상 배정 지연 책임은 수도권 병상배정반에 근무한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돌아갔다. 공보의들은 카카오톡으로 공유된 환자 정보를 보고 병상을 배정하고 있었다(관련 기사: 수백개씩 쏟아지는 '카톡'으로 코로나 환자 병상 배정하는 공보의들). 시스템도 지침도 없는 상황에서 수백건씩 쏟아지는 카톡을 빠르게 확인하지 못한 게 '전문성 부족'이 돼버렸다. 공보의들은 반발했고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라고 성토했다.
시스템 부재와 카카오톡 의존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지난 2020년부터 지적된 사안이다. 코로나19 치료 병상 배정을 총괄한 수도권 코로나19 현장 대응반이 병상 현황을 카카오톡과 수기로 공유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당시 "코로나19 국내 발생 1년이 다 돼 가는데 효율적인 대비 시스템을 왜 구축하지 못했는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때부터 약 2년이 지나 코로나19 대응 4년 차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효율적인 대비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민간 기업의 서비스 중단에 정부 대응체계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17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카카오톡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3년 내내 했다. 책임자라는데 서로 얼굴도 번호도 모르고 카톡만 안다. 유선 연락이 오면 '누구세요'다. 카카오톡이 안 돼서 연락처 일일이 확인했다"면서 "대체 (시스템 구축을)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안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이 정도 기술도 없어서 못 하는 건가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특별대응단 정기석 단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지역별 민관합동 보건의료협의체 구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정 단장은 "지난 주말 단체 SNS(카카오톡)로 여러 가지 혼란을 겪었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중앙정부가 이런 매체로 정보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지역별로는 현장에서 바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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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