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밀리던 행인 구하려 끌어올리고 심폐소생술·구조 활동 적극 동참
- 구급차 앞에서 춤추고 노래... SNS에 올리려 동영상 찍느라 바쁜 이들도
“한쪽에서는 시민들이 나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선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어요. 나중에 경찰이 뭐라고 지적하니까 막 야유를 하더라고요”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대학생 A(22)씨가 한 말이다. A씨의 말대로 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자발적으로 나서 구조현장을 적극 돕는 시민들과 경찰·구급대원의 ‘구조 협조’ 요청을 무시한 채 현장에서 춤을 추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두 얼굴’이 대비됐다.
A씨는 “나도 골목에서 인파에 떠밀려 내리막길로 막 밀려가다, 골목 옆 난간에 서있던 시민 3~4명이 팔을 잡고 난간 위로 끌어올려준 덕분에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아우성 쳤다”며 “인력이 부족해 처절하게 애원하듯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시면 도와달라’는 구조 대원의 말에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이 적극 나서 구조활동에 동참했다”고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시민들이 달라붙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그와 동시에 팔과 다리를 주무르는 등 상당수의 시민들이 한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구조활동에 나섰다. 또한, 일부 이태원 상인들도 상점 문을 최대한 개방하고, 대피를 돕는 등 구조활동에 동참했다.
구조에 동참한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랑 같이 사람들 물 마시게 도와주고, 손잡아주면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해줬다”며 “진짜 아비규환이었다. 심정지 온 사람들이 많아지니 술집 사장님도 다 (가게) 오픈해서 사람들을 누이더라. 지금도 손이 떨리는데 여차하면 나도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는 후기를 남겼다.
그러나 이런 시민의식 뒤에 어두운 면도 존재했다. 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출동한 구급차 앞에서 일부 시민이 단체로 휴대전화를 든 손을 위로 치켜들고 춤을 추며 ‘떼창’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시민의식이 사라진 모습이다” “기괴하고 소름 끼친다” “인류애가 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핼러윈 축제 중단을 요청한 이날 오전 2시 이후에도 사고 현장 인근은 축제를 즐기는 인파로 붐볐다.
일부 업소의 비협조가 사상자를 늘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시민은 “술집들이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놓아 들어오려는 사람과 나가려는 사람이 뒤엉켰다”면서 “사람들이 쓰러지자 인근 가게로 대피했으나 마감 시간이라며 거리로 내보내는 바람에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좁고 난간이 있는 골목 쪽에서 (부상자가) 많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턱이 있는 데로 올라갔지만 (업소) 가드가 막았다”고 했다.
현장을 목격한 B씨는 “사고 당시 영상을 돌려보니까 사람이 깔린 후에 앞에선 ‘뒤로’라고 외치는데 뒤에선 ‘밀어’라고 외치고 있더라”면서 “이렇게 끔찍한 사고는 처음이다. 인간의 양면성을 본 기분”이라고 했다.
다른 목격자인 C씨(30)는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뒤편은 비명소리나 경찰들이 외치는 소리로 아수라장이었는데, 횡단보도 맞은편만 해도 상황을 모르는 건지 다들 노래에 맞춰 웃고 떠들고 있었다”며 “수백명이 압사로 죽어가는데 근방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웃고 있고, 정말 끔찍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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