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고장에 29층 걸어서 배달... “늦었으니 환불해라”

- 손님 측에 엘리베이터 고장 사실 알렸으나 "여기까지 가져다주는 것이 배달원의 책임"
- 배달 완료 후 내려가는 도중 환불 요구... 다시 걸어올라 회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배달기사가 29층까지 걸어 올라가 음식을 배달했지만 손님이 “배송 시간이 지연됐다”며 환불을 요청한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 내용과 무관ㅣ출처 : 뉴시스

14일 JTBC ‘사건반장’에 배달 기사인 A씨(여)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한 찜닭가게에 8일 오후 6시 40분 경 배달앱을 통해 찜닭 주문이 들어왔다. 가게는 앱을 이용해 손님에게 50분의 소요시간을 안내했다. 15~20분 만에 조리를 마쳤고, A씨가 해당 가게에 배정되어 배달에 나섰다.

A씨가 배달지인 아파트에 도착하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상태였다. 배달 주문을 한 집은 29층이었다. 배달앱 요청 사항에는 ‘엘리베이터 고장’에 관한 내용이 없었으며, 배달이 밀려있고 고층인 탓에 직접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주문자 B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그 사이 A씨는 옆 아파트에 다른 배달을 다녀오는 사이 B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의 설명을 들은 B씨는 “우리 아들도 방금 걸어서 올라왔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배달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29층까지 걸어올라가 배달을 완료했다.

이후 A씨가 14층까지 내려갔을 때, B씨는 돌연 찜닭을 회수해가라며 환불을 요구했다. 배달 소요시간이었던 50분을 넘겼다는 것이 사유였다. A씨는 다시 29층으로 올라가 찜닭을 가지고 내려왔다고 한다. 가게에 돌아온 A씨는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B씨는 해당 가게 후기에 별점 1점을 주며 “여기 음식 신중하게 주문하라”며 ‘리뷰 테러’도 남겼다. 그는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그 어떤 업체에도 부정적인 리뷰나 사소한 컴플레인도 걸어본 적 없었는데 태어나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요청을 하겠다”고 적었다.


▲ B씨가 남긴 리뷰 캡쳐

찜닭집 사장 C씨는 배달앱 측에 ‘누구 하나 잘못한 게 아니므로 B씨의 리뷰 작성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막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C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며 “스트레스로 두통이 심해 이틀간 가게를 닫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이 전해지자 온라인에는 손님이 너무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번지자 A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댓글을 남겨 “친오빠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 사장님 마음을 알아서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저의 일을 계기로 다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갑질보다는 서로를 위했으면 한다. 걱정해주신 분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