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저수율 31%... “비 더 안오면 고갈 위기”
- 작년 이 맘 때는 저수율 70% 넘어... 절반도 못 미쳐
18일 오후, 전남 화천군 이서면 동복호에 위치한 동복댐은 광주광역시의 143만 명 중 86만 명(60%)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식수 전용댐이다. 평소라면 물의 잠겨있어야 하는 저수지의 가장자리의 일부는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 전체적인 수위 역시 지난해에 비해 10m쯤 낮아졌으며, 저수율은 31.5%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 시기 저수율은 70.9%였다.
김형진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은 “11월 저수율은 보통 70~80%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여름에 이은 가을 가뭄까지 덮치면서 댐 가동 이래 37년 만에 11월 최저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내년 3월쯤 물이 고갈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광주시민의 식수 40%를 담당하는 또 다른 상수원인 전남 순천 주암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일 기준 저수율은 31.4%로 11월 기준 역대 최저를 나타내고 있다.
광주·전남과 경남 도서지역 등 남부 지역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 급감으로 일부 지역에선 생활용수는 물론 농업과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대대적인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전남과 경남 섬 지역에선 제한 급수가 진행 중이다. 양파·당근 등 밭작물 생육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6개월(5월 2일~11월 1일)간 남부(호남·영남·제주) 지역 누적 강수량은 666.0㎜로 평년 대비 64.8%에 그친다. 전남은 56.8%, 경남은 61.0%, 전북은 68.1% 등에 불과하다. 반면 중부(서울·경기·강원·충청)는 1,245.4㎜(116.7%)로 평년을 웃돈다.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도 남부는 평년의 78% 수준이지만 중부는 96.8%에 달한다.
지난 18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서는 공무원 등 50여 명이 ‘동복댐 고갈’ ‘물부족 심각’ 등의 손팻말을 들고 “생활 속 물 절약을 실천합시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광주시는 지난달 5일부터 ‘1인당 20% 물 절약 캠페인’에 돌입했다.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내년 2월쯤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제한급수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광주시 전망이다.
광주시는 제한급수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수를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도밸브 수압 낮추기, 모아서 빨래하기, 샤워 시간 절반 줄이기, 양변기 수조에 물병 넣기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광주시민이 먹는 동복댐물, 고갈될 위기입니다.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으로 이겨갑시다’는 내용의 긴급 재난 문자도 수시로 보내고 있다. 전남도도 골프장·목욕탕·수영장 등에 물 아껴쓰기를 요청하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업체가 입주한 전남 여수산단과 광양산단에선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산단 입주 업체들은 기존 주암댐에서 공급받는 물 외에 섬진강에서 추가로 하천수를 끌어다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업용수가 모자랄 것으로 보고 비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부 섬 지역은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우도 주민들이 식수난을 호소하자 통영시는 최근 우도에 1.8L짜리 생수 828병을 급히 배로 보냈다. 통영시 산양읍 추도에도 같은 양의 식수를 공급했다. 추도 대항마을 주민 김경옥(68)씨는 “하루 1시간 정도 식수만 겨우 공급이 되니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 노화읍 넙도의 경우 지난 5월 중순부터 제한 급수가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만 수돗물을 공급한다. 넙도 섬의 식수 전용 저수지 저수율은 6%로 주민 560여 명의 20일치 식수에 불과하다. 인근 노화읍에서 배로 하루 180t의 식수를 날라 저수지에 붓고 있다.
올가을 심은 배추·무·마늘·양파 등 밭작물도 피해를 입고 있다. 통영 추도 대항마을 주민 김경옥씨는 “밭에 심은 마늘은 말라 비틀어지고 배추도 시들하다”고 했다. 조생종(早生種) 양파로 유명한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선 최근 2~3주 동안 살수 차량과 소방차,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 1400t의 물을 양파밭에 뿌리며 양파 살리기에 나섰다. 국내 당근 60%를 생산하는 제주시 구좌읍에선 지난 7일 해갈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열기도 했다.
김성중 행안부 재난대응정책관은 “지역적 강수 편차로 남부에 가뭄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뭄 지역 주민은 물 절약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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