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살 때 아들을 버리고 떠난 모친이 제기한 사망보험금 지급 소송에 대해 모친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른 유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 4,000만 원 가량을 지급하라는 80대 모친 A씨의 청구에 이유가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의 아들 B(당시 57세)씨는 지난해 1월 거제시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어선의 갑판원이었으며 사고 당시 실종됐다. 이후 B씨 앞으로 선박회사의 유족급여, 행방불명 급여, 장례비 등 총 2억 3776만 원이 지급됐다.

B씨는 혼인을 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식이 없었고, 아버지도 B씨가 태어나기 직전에 사망해 경찰이 서류상 남은 어머니 A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A씨는 연락을 받은 뒤 B씨의 사망보험금을 모두 수령하겠다며 재혼해서 낳은 자녀들과 함께 나타났다.

B씨와 함께 버려진 누나 C(60)씨는 이에 분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A씨는 부모의 자격이 없다며 유족 보상금 등의 지금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자 A씨가 소송을 제기해 이번에 1심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이 사망 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포함된다’면서 A씨와 B씨가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법규상으로는 A씨에게도 유족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C씨가 주장한 ‘B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가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들이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에 살았던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B씨의 누나는 판결에 대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 후 우리를 버려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았다. 할머니와 고모가 우리를 키워주셨다. 그런데 자식을 버리고 평생 연락도 없다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모친에게 유족 보상금을 반반 나눌 것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했다. 모친은 모두 갖겠다는 입장이다. 너무 양심이 없다. 보상금은 동생(B씨)을 길러준 할머니와 고모, 사실혼 관계인 올케가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청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B씨 유족들은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