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기술검토의견서 ‘3cm 이격 확인’ 등 안전 문제 발생 우려 인지
- 구청 “사전에 점검하는 차원의 검사”... 서울시에 보고서 제출도 안 해
지난달 갑자기 다시 중간이 내려 앉은 서울 영등포구의 이른바 ‘엿가락 육교’에 관련해 구청 측이 지난해 4월 이미 다리에서 ‘벌어짐’현상을 발견하고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사고 직후부터 줄곧 “사전에 다리와 관련한 어떤 문제점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사실상 ‘거짓해명’인 것이 들통난 셈이다.
2일 영등포구의회 이예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도립보도육교 교대 및 받침장치 기술검토의견서’를 살펴보면 신도림역과 영등포역 방면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도림보도육교의 교대(다리 받침) 아래에서 교대를 지탱해주는 압성토와 교대 간의 약 3cm 가량의 벌어짐(이격) 등의 손상을 발견됐다.
지난해 4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이 손상에 대해서 “(연약한 지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쌓은) 압성토 자중(무게)에 의한 잔류침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잔류침하란 연약한 지반에 구조물이 올라갔을 때 공사 완료 후 하중에 의해 가라 앉는 현상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구청의 요청으로 안전진단 전문업체 ㄴ사가 진행해 작성한 것이다. 구청 담당공무원이 당시 육교를 육안으로 점검하면서 다리 손상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다. 보고서 작성 전 이미 구청 측이 손상의 발생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ㄴ사는 안점점검 용역을 수행하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주기적인 점검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육교는 결국 지난 1월 3일 중간 부분이 내려앉았다.
육교의 위험성을 사전에 구청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고서가 나온 지 한달 만인 지난해 5월20일, 영등포구청은 서울시에 육교를 정기안전점검 대상으로 지정해달라며 ‘3종 시설물’ 지정을 요청했다.
소규모 시설물인 3종 시설물은 육교의 경우 준공된 지 10년 이상인 경우 자동 지정되는데, 2016년 설치된 이 육교를 정기 안전점검해 달라며 신청한 것이다. 그동안 구청은 “사전에 육교의 어떤 문제도 알지 못했고, 더 안전하게 보도육교를 관리하기 위해서 3종 지정 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보고서 작성 등의 경위에 대해 구청 측은 “3종 시설물 지정 신청을 앞두고 사전에 용역이 진행된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안전에 문제는 없다고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결과 영등포구청은 정작 이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보고서는 자체 점검을 위해 따로 작성한 것이라 굳이 서울시에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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