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향한 전두환 손자, 5월 단체에 사과 후 5·18 묘지도 참배

- 31일 전우원씨 5·18 기념문화센터 방문 예정... 차담회·간담회 진행 후 참배할 듯
- 5월 단체 “가슴이 먹먹한 순간... 다른 가족들도 사죄했으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경찰로부터 풀려난 직후 곧바로 광주로 향한 가운데 내일(31일) 5·18 단체 방문과 사과, 국립묘지 참배 일정까지 확정됐다.


▲ 출처: 연합뉴스

30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전우원씨는 오는 31일 오전 10시쯤 5·18 기념문화센터에 도착해 5월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시작으로 광주에서의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후 전씨는 1시간 정도 5·18 유족과 피해자를 만나는 자리를 갖을 예정이다.

이후 전씨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참배(김경철·전재수·행불자 묘역) 등을 진행한다. 고(故) 김경철씨는 5·18민주화운동 최초 사망자이며 고(故) 전재수군은 5·18 공식 사망자가 중 가장 어리다.

이날 새벽 0시 40분쯤 광주 서구 모 호텔에 도착한 전씨는 “태어나 광주에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피해오던 곳이지만 많은 분들이 천사같은 마음으로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의미있는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 피해자분들,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가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으시고 원한도 많으실 것 같다”며 “늦게 와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늦게 온 만큼 저의 죄를 알고, 더 반성하고 더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사죄했다.

전씨의 이런 행보에 5월 단체에서는 마약 투약 등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귀국해 사죄를 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5·18 공로자회 정성국 회장은 "전씨의 유해를 집에서 계속 보관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들도 사죄를 하길 바란다"며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할아버지로 두고 가족과 관련된 일을 27살 청년이 사과하는 것은 가상한 일로 따뜻하게 맞아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한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전씨에 대해 “‘전두환 후손’이라는 굴레를 한 청년이 감당하기에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조 이사는 그의 사죄 행보에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과거사를 풀어나가는 계기나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우원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컸던지 말 속에서 절절하게 묻아난다”며 “본인이 어릴 적 ‘자기 가족들은 5·18 피해자’라고 교육받아왔다고 했는데 본인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직계후손으로서 져야 될 심리적 부담이 얼마나 크셨겠나”라고 전씨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했다.

한편 전씨는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초 구속 가능성도 보였지만, 경찰은 도주 우려가 없고 단순 투약자인 것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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