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을 덮치는 전세사기, 왜 먹잇감이 됐나

정부와 여당 등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전세사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속출하며 이들에 대한 보호가 미흡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더욱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출처 :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전세사기는 주로 오피스텔과 빌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원인을 제공했고, 현 정부는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인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발표됐었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8년 이상 임대 시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70%로 높이고,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기한도 202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었다. 혜택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정책 초기부터 쏟아졌고, 문 정부는 이에 이듬해인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내 새로 취득한 주택은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우려했던 문제들이 연달아 터졌다. 세제 혜택을 믿고 수십 채에서 수백 채를 ‘갭투자’ 형식으로 사들인 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다주택자가 급증한 것이다. 덩달아 주택을 보지도 않고 일단 구입하고 보는 ‘묻지마 매수’도 늘어나며 부동산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이에 문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2020년 7월에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고 이듬해인 2021년 5월에는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금지시켰다. 또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면 양도소득세 등도 추가 연장 없이 정상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임대사업자들은 졸지에 종부세 폭탄을 떠안게 됐고, 이는 수십~수백채를 보유한 민간임대사업자들이 갑작스럽게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 부담을 떠안고 파산으로 내몰리게 됐다.

여기에 2020년 도입된 ‘임대차 2법’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2020년 7월 31일 도입된 임대차 2법은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고 있다.

서민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결과는 정부의 기대는 무참히 산산조각 났다. 오히려 전세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급등했다. 그해 연간으로는 무려 12.25%가 뛰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전세금은 11.86% 폭등했다.

이에 서민들의 전세수요가 아파트보다 비교적 저렴한 오피스텔과 빌라 등으로 옮겨갔다. 이는 정책 전후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에서 극명하게 확인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19년 3.0대 1에 머물렀던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은 이듬해 13.1대 1로 뛰었고, 2021년에는 25.3대 1로 치솟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민간임대정책과 임대차 2법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전세사기의 먹잇감으로 만드는 판을 만든 셈이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이런 부동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출범 초기부터 전세사기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시행이 늦거나 임시방편에 그친 대책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단 극단 선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과 올해 2월(‘범 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두 차례에 걸쳐 전세사기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올해만 해도 19일까지 전세사기와 관련해서 쏟아낸 보도자료나 참고자료가 무려 49건에 달한다. 거의 이틀에 한 개 꼴이다.

하지만 이런 피해 대책 대부분이 실효성이 떨어지고 뒷북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피해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대출 상품이다. 정부는 올해 2월 전세사기를 당하고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는 3개월째 준비 중이다. 실제 대출 상품은 다음 달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미리 바꿨지만 은행 시스템을 준비해야 해서 일정을 앞당기기는 힘들다”고 했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거나 피해자 수요와 맞지 않는 대책도 적잖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지원 주택 200여 채는 대부분 원룸이거나 도심과 떨어진 나 홀로 주택이어서 이용률이 저조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긴급지원 임대주택 238채 중 8채(3.36%)에만 피해자들이 입주한 상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로운 집에 이사 갈 때 사용할 수 있는 저리 대출 역시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 대출을 이용한 사람은 단 8명에 그쳤다. 이미 보증금을 떼인 데다 살던 집의 기존 전세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피해자에게는 대출 자체가 부담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오피스텔이 전세사기의 먹잇감이 될 판이 만들어졌다면 문제를 키운 것은 현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하게 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19일(어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매 유예, 임차인의 우선매수권, 장기간 거치 기간을 둔 경락대금 대출 등의 방안을 제기를 했으나 이는 법원까지도 연결되는 문제고, 민간 금융기관, 금융 부처, 법무쪽 부처, 지자체나 행정부처들의 의견을 모으다 보니 당시엔 합의까지 이르질 못했다”며 “상당기간 진척 없이 진행이 되다가 최근 비극적인 사건이 여러 번 나게 돼서 깊이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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