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의 독단적 의대정원 수요조사 발표에 “2020년보다 더 강한 파업” 경고

- 21일 발표된 정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의료계 분노
- 이필수 회장 “투장 동력은 집행부의 의지, 일방적 의대정원 정책 이어지면 직접 투쟁 선봉”
- 젋은의사협의체 “의협과 뜻모아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 경고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한 의대정원 증원 수요조사에서 최대 4,000여 명에 이르는 정원을 의과 대학들이 요청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강한 분노와 반발에 불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0년처럼 ‘의료계 총파업’ 등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향후 불길이 더 번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21일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분석 결과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 2030년까지는 최대 3,953명의 정원을 요청했다. 이는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을 2배 이상 훌쩍 증원되는 규모이다.

이에 의협은 같은날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비판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정부의 편파적인 수요조사와 독단적 결과 발표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정부가 지금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협은 14만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파업이 시작되면 지난 2020년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 강경 투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책임은 오롯이 의료계의 신뢰를 져버리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투쟁 동력이 부족하다’는 질문에는 “투쟁 동력이 곧 집행부 의지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정책 기조를 더 이어간다면 내가 직접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의협은 이번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정부 측의 여론몰이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 회장은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 담은 정부의 수요조사는 졸속과 부실, 불공정한 조사다. 비과학적 조사결과를 의대정원 확대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적정 의대 정원에 대한 분석은 의사 수급과 의료서비스의 질에 미치는 영향, 인구구조의 변화, 의료기술 발전, 의료제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음주 중으로 적정 추계를 통한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조사는 입시수혜를 바라는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반대하는 의대 학장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고 객관성도 담보되지 않은 숫자를 발표해 우리 사회를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83% 이상이 의대 정원에 동의하고 있다’는 질의에 관련해서도 의협은 여론몰이의 결과라며 비판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외국에 한번이라도 나가본 사람이라면 국내의 의료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알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역필수의료 정책 실패의 원인을 의대 정원으로 돌려 증원만 이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하니 이런 결과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당시 구심점 역할을 했던 40세 이하의 전공의·공중보건의사·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의 떠오르는 핵심 단체인 젊은의사협의체도 같은날 의협의 뜻을 존중하고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왔다.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라는 정부의 잘못된 치료법이 나온 건 필수·지역의료 붕괴라는 질병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오진에 의한 결과”라며 “우리 사회에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 게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필수·지역의료의 이탈을 막고, 젊은 의사들의 꾸준한 유입을 이뤄내기 위해선 그들의 노력과 고생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역시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지원 방안과 함께 지방의 낙후된 경제·문화·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 확충과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 등 범국가적 대책들이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이미 상당 부분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며 “교육, 수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는 의대정원 확대는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수련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런 우려에도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졸속으로 진행할 경우 젊은의사협의체는 대한의사협회와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 측 수요조사로 인해 의정간 신뢰관계가 깨지면서 향후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일정도 불명확해졌다.

관련해 의협 서 이사는 "원래 내일 오후4시로 협의체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저수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려고 했다"면서도 "오늘 저녁 논의를 통해 내일 협의체를 이어갈 수 있을지 더 검토해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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