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박민수 차관 “의료사고 형사처벌, 책임보험 가입·특례법에 의사 사과 필요”

- 26일 박민수 차관-전공의 간담회서 의무가입 책임보험 추진 시사
- 심평원 행위별 수가제 보완·수가 불균형 조정·비급여 관리 등도 언급
- “실수의 유무를 떠나 인간적인 말 한 마디가 상황 부드럽게 만들 것으로 생각”

의료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다소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며 형사처벌 우려로 인해 필수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사들에게 책임보험을 의무로 가입시키는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연합뉴스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사들은 일정 범위의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기소 당하지 않도록 특례법을 제정하고, 환자들은 책임보험 등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법무부와 협의중에 있는 만큼 말을 아꼈다.

28일 보건복지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지난 26일 박 차관과 전공의 대표자들간의 간담회 대회 내용을 살펴보면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의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나 다른 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의료배상책임보험의 경우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가입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별도로 의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의무 가입이어야 펀드도 커지고 환자들에게 돌아갈 보상도 더 커진다”며 “보상하는 펀드를 더 확고하게 만들고,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일정 부분에 대해 형사 기소를 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려고 한다. 그 범위나 보험료 수준, 보상 수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소 면제 특례법의 경우) 행정부 내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90% 이상 근접해 있다”며 “특례법이 발표되면 결국에는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회를 찾아가 필요성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문제 발생 시 의사들이 환자에게 사과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의) 실수가 있었든 없었든 인간적인 말 한 마디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이게 잘 안 되고 있다”며 “사과를 하면 소송 시에 불리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법학자에게 들어보니 우리나라 법 체계에선 사과를 하더라도 소송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 역시도 수렴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복지부 보험국과 심평원장에게 그 분야의 대한민국 ‘베스트’들이 와서 심사 기준을 만들도록 하고 만들어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결국 삭감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고 삭감이 되더라도 수용성이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차관은 이어 현행 행위별 수가 제도에 대해서도 위험도·난이도 등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의료계 의견에 공감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정책 수가 도입 등 수가 시스템 개편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투입하는 재정의 절대적인 규모도 현행보다 늘리겠다고도 덧붙였다.

박 차관은 “행위별 수가제는 자원이 얼마나 투입이 되는지에 따라 수가 수준이 결정된다. 자원은 의료인들의 투입 시간이 기본”이라며 “하지만 똑같이 15분이 걸리는 시술이라도 해도 위험도나 난이도, 업무 숙련도, 시급성, 대기 시간 등이 다 다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현재 수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령 의사가 당직을 섰지만 아무 행위하지 않으면 수가가 나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보상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겠다”며 “전체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 금액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별 수가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 행위별 수가가 기본 골격임은 유지되지만 이것만으로 잘 채우지 못한 부분을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를 통해 메꾸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가 이하의 수가에 머물러 있는 수술·처치 분야도 있지만 검사·영상 등 원가 대비 수가가 높게 책정된 분야를 조정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차관은 “수술·처치 수가는 원가 대비 80% 수준이지만 검사·영상은 110%가 넘으면서 수가 불균형 문제가 극심하다”며 “정부가 이를 신속히 조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가 불균형을 조정하면서 추가로 위험, 대기 시간 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그러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많이 보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가 시스템을 개편한다면 주로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의료행위들을 수행하는 대학병원들의 재정 상태가 개선될 것이며 이는 곧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를 갖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봤다.

박 차관은 “수가 체계에 대기 시간, 위험도, 숙련도 등을 반영해나가면 지금과 달리 병원으로 가는 구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면 병원에서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이 없는데 단기간에 병원 환경을 바꾸긴 어렵다”며 “10년 후에 증원된 의료인력이 배출된 시점에 전문의 중심의 환경이 완성되도록 단계적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의대 증원 의사도 필요성도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 보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비급여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나친 과잉으로 의료를 왜곡시키고 있다. 백내장 수술이 대표적인 그 사례”라며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 실손보험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비급여 공개 제도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 등 공급자가 아닌 환자의 수요를 통제할 계획은 없는지에 대한 답변으로는 “권역 내에서 진료를 받을 때 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환자를 이송·전원할 때 권역 내와 권역 외에 수가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서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수도권 분원 설립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련 개선책을 이미 발표했고, 사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병원들의 경우에는 규제가 어렵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지난 7월에 서울, 수도권 지역에 대형병원을 지을 때는 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병상종합계획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이미 땅을 파기 시작한 병원들도 있어 이를 중단시키는 건 신뢰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병상종합계획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 전까지는 행정 지도를 통해 자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별 병원과 접촉해 병상 확대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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