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은 또 감소했다…제도 취지 못 살리는 상황

- 필수의료 병원 확대도 실패
- 병원계 "지정돼도 실익 없다" 인식 팽배
- 전문병협 관계자 “전문병원 인증 진입을 낮추자는 것이 아닌 지정 이후에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

제5기 전문병원 지정된 결과가 발표된 와중 필수의료 전문병원을 확대해야하는 과제는 또 다시 3년 뒤로 미루어졌다. 신규지정 병원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유인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 출처 : 게티이미지

이는 전문병원 지정의 실질적인 효과와 사회적 요구도 변화를 충족 및 대응하지 못한 탓에 지원정책 실패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전문병원 지정 결과에 대해 전문병원협회 주요 관계자는 “전문병원 제도의 획기적 변화 모색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쉽게 말하여 전문병원 지정 준비에 투입되는 비용과 지정 이후 실질적 운영 효과를 따져도 크게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문병원협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전문병원 기준에 맞춰 투입되는 비용 등이 인증 후 보전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필수의료 영역이나 기피과의 경우 기준을 맞추기도 지정 이후 운영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정 효과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시 전문병원은 최소 200개에서 최대 250개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협회 자체적인 전망이다.

복지부는 최근 94개 제5기 1차년도(2024년~2026년) 전문병원 지정했다. 4기 2·3차년도 전문병원 15개까지 포함하면 2024년에는 109개 전문병원이 지정·운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4기 1차지정(101개)와 비교하면 5기 전문병원(94개)로 줄었다.

필수의료 전문병원 유인을 위해 지역과 분야로 나눠 의료인력과 병상 완화 정책까지 펼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105개 병원 중 필수의료인 산부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은 15개에 그친다. 전문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의료인력 ■의료 품질 평가 ■병상수 ■의료환경 ■의료기관 인증 ■필수진료 과목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등 강도높은 기준과 심사를 거친다.

이후 전문병원 의료질 평가지원금, 전문병원 관리료 등 인센티브 수가를 통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핵심 문제는 의료질 평가지원금이나 관리료가 전문병원 지정 및 유지를 위한 비용을 온전히 보전치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병원협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를 의료급여환자 소외라고 지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의료급여환자는 전문병원제도 지원금과 관리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급여환자가 많은 전문병원의 경우는 지정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급여환자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알콜전문병원의 경우 전문병원 지정 효과에서 소외된 대표적인 분야다. 오히려 전문병원을 운영하면 손해가 더 커진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문제는 최근 사회적 필요도가 높아지는 마약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의 확대까지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알콜, 마약중독 모두 의료급여 환자 비용이 높고, 직업 등을 상실해 치료비용 보전이 어렵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같은 전문병원이라도 고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에 급여환자가 많은 전문병원의 경우 폐원까지 고려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9개 알콜 전문병원에 속한 A 전문병원은 현재 운영 악화로 폐원을 고려 중이다.

전문병협 관계자는 “전문병원 인증 진입을 낮추자는 게 아니라 지정 이후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필수의료 전문병원 확대라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이나 지정 이후 지원 등이 확실해야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알콜이나 마약 중독에 2~3배 가산료를 준다. 전문병원 지정 이외에도 이 같은 세밀한 지원 등이 이뤄져야 제도의 장기적 운영과 지정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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