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에 대해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환송했다.

의료법 위반 혐의, 3심 대법원 판결로 종결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 산하에서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과 교수 12명이 간호사들에게 골수 검사를 위한 혈액 및 조직 검체를 채취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료행위인 골수 검사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지,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 범위 내에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지속되었다.

1심 법원은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막 천자를 위임한 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어 간호사의 행위가 진료 행위로 간주되어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과 항소심 모두의 주장을 검토한 후, 간호사가 골수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며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 간호사의 골수 검사 수행 인정

대법원은 "골수 검사는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본질적·핵심적 의료행위가 아니며,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통상의 환자에 대해 후상 장골극 부위에서 시행되는 경우 해부학적 차이가 크지 않고, 골수 검사 과정에서 표준화된 지침을 준수한다면 검사자의 재량이 크게 작용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한 "골수 검사에 대한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라면 의사의 현장 입회 없이도 일반적인 지도와 감독 하에 골수 검사를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 환자의 체구가 작거나 소아의 경우에는 의사가 직접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단체들, 대법원 판단에 강력 반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의사 단체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결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 범위는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부위의 안정성이나 단순 숙달을 이유로 면허 범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순 숙달만으로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주장은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 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전문성과 책임이 중요한 의료행위에서 간호사의 독자적인 수행은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