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잡힌 대전 권총 살인강도범 검찰 송치

- 이승만·이정학 “언젠가는 죗값을 받을 줄 알았다, 죄송하다”
- 불법 게임장 수사 과정에서 DNA 대조로 잡아내

21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 살인강도의 주범 이승만(52)은 2일 “언젠가는 내가 지은 죗값을 받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승만은 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갑자기 왜 자백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완전 범죄를 꿈 꾼 것은 아니다. 죽을 죄를 지었다”며 “나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찰관과 운명을 달리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냥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 출처 : 연합뉴스

같은 시간,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이정학(51)도 검찰송치를 위해 둔산경찰서를 나오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가족 때문인지 응하지 않았다.

대구지역의 한 고등학교의 동창인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주차장 1층에서 복면을 쓰고 권총으로 무장한 뒤 청원경찰, 출납과장 등이 타고 있던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하여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쏘고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은행의 출납과장 김씨는 왼쪽 가슴과 허벅지 등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범행에 사용한 38구경 권총은 범행 두 달전 같은해 10월 15일 자정 대전 대덕구 송촌동 골목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당시 33세)을 들이받아 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만은 검거 후에도 이정학과 달리 범행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다 지난 31일 밤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범행 후 권총과 관련해 이승만은 “현금수송차량을 턴 뒤 승용차를 2차례 바꿔 갈아타며 권총과 돈가방을 대전대 인근 야산에 숨겨놓았다”며 “돈가방은 범행 후 다시 만나 1억 5000만원씩 나눠 가졌고, 권총은 그대로 놔뒀는데 2008년 개발 얘기가 나와 발견될까 봐 꺼내서 망치로 잘게 부서 조금씩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승만은 이정학과 나눈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정학은 “나는 900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집에 숨겨뒀다 분실했다”며 서로 다른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범행 후 서로 연락도 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만은 범행 전에 불법 복제테이프를 팔면서 생계를 꾸렸는데 두 차례 단속에 걸리고 구치소까지 다녀오자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일정한 직업이 없던 이정학을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015년 충북 외곽 불법게임장을 덮쳤을 때 도박자들이 달아나자 각종 증거물로 유전자(DNA)를 확인하던 중 이정학이 남긴 담배꽁초의 DNA와 국민은행 범죄 차량 안 마스크에서 검출한 DNA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정학을 대전에서 검거하고, 이승만을 강원도 정선카지노 주변 찜질방에서 붙잡아 같은달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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