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면제하면 한국도로공사 약 700억 원 손실 예측
- 지난해 도로공사 부채 33조원, 이자만 1조원이 넘어
정부가 올 추석 연휴 나흘(9일~12일) 동안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확정 짓자 도로공사가 한숨을 쉬고 있다. 2017년부터 명절마다 시행하던 통행료 면제는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올해 설까지는 운영이 중단되었으나 이번에 다시 시작하면서 기간도 기존의 3일에서 4일로 늘렸다.
정부가 코로나 여파와 물가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사업이지만, 도로공사는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통행료 면제는 고스란히 손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도로공사는 그간 명절에 통행료를 받지 않았을 때 손실이 연간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설과 추석, 평균 500억 원씩으로 이번엔 면제 기간이 하루 더 늘어나 약 7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약 33조원의 부채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빌린 돈이다. 신규로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통상적으로 정부가 도로공사에 일정 비율을 지원해줬는데, 코로나 여파로 점점 줄어 최근에는 정부가 건설비의 약 20%만 부담했다. 이런 상황 속에 막대한 부채가 쌓여 한해 이자만 1조원이 넘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부담도 130억 원 가까이 늘었다.
또 정부가 추진했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정책 탓에 천안논산고속도로와 대구부산고속도로에 도공이 선투자를 해야 하는 돈만 각각 1조 5000억 원과 2조 4000억 원이다.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데다 후에 직접 운영해서 이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나마 지난해 휴게소와 주유소 임대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 덕에 간신히 당기 순이익 330억을 달성했으나, 이번 추석에 통행료 무료 기간이 늘면서 200억 원 안팎의 추가손실이 전망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꾸린 ‘고속도로 서비스 개선 TF’에서 도로공사에게 휴게소 음식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손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도로공사는 현재 음식값을 10~20% 인하하는 방안과 고속도로 이용객이 휴게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통행료를 낼 때마다 일정 비율의 마일리지를 적립하자는 방식으로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도로공사의 부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의 적자가 더 큰 골머리인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영평가 때문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서 해당 공기업의 임직원이 받는 성과급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일반 민간 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의 성과급은 본래 받아야할 급여에서 일부를 떼어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서 다시 공기업에게 차등 지급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영평가가 좋지 않으면 본래 받아야할 월급 자체가 깎이는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달 18일 기재부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영평가의 재무성 배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해 가뜩이나 부채가 많고 손해가 예정되어 있는 도로공사에게 명절 통행료 면제는 치명타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인천공항의 경우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공항 면세점 등 입점 업체의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항공사의 주기료를 지원해준 탓에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위 지원책들은 모두 정부가 지시한 지원책이었다. 그러나 경영평가에서는 왜 적자가 발생했는지는 따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인천공항은 임원성과급을 전액 반납하였다.
경영평가에서 적자를 기록한 공기업에 대해 기재부는 임원들의 성과급 자율반납을 권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로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공기업의 목줄은 언제나 기재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코로나 탓에 항공편은 다 발이 묶인 데다 정부 지시로 면세점 등의 임대료까지 대폭 깎아줬는데 이제 와선 적자 봤다고 불이익을 주는 게 말이 되냐"며 "지난해 적자가 7500억원이었는데 임대료 감면액이 1조원으로 감면정책만 없었다면 2500억원 흑자였던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공기업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노력은 알겠으나 그 부담을 공기업에게 떠넘기며 경영평가에는 그런 부담을 모른척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생색만 내고, 공기업은 골병만 드는 악순환이 아니냐”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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