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덮치면서 물난리가 난 경상북도 경주에 홀연히 나타나서 침수 위기에 처한 차량 8대를 구조한 ‘아쿠아맨’이 화제다. 아쿠아맨의 정체는 25톤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일을 하는 구경민 씨(28)다.
구경민 씨는 힌남노의 영향으로 전날 일을 쉬었고, 경주시 동방동에 살고 있던 구 씨는 이날 이른 아침 비가 많이 내려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돕고자 동네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3~4년 전부터 시작한 그의 취미는 흙이나 모래, 자갈이 깔린 산과 계곡 등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이다.
큰 바퀴와 각종 장비로 튜닝(개조)한 구형 갤로퍼를 타고 경주 시내를 순찰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에서 첫 침수 차량을 발견했다. 오전 7시쯤, 불어난 물에 둥둥 떠다니는 아반떼 승용차를 본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던 차주인 A씨에게 다가갔다. 구 씨는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 올리는 '윈치(winch)'로 침수된 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구 씨는 한달음에 달려가 소형차, 중형차, 수입 외제차, RV 등 이날 하루 동안 8대를 구조했다. '이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나도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운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차량이나 운전자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서로 돕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밴 것 같다"며 "이런 재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또 일어난다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진정한 영웅”, “용기와 생각이 너무 멋지다” 등 찬사를 쏟아내며 구 씨를 ‘아쿠아맨’이라고 명칭하고 있다.
한편,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7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 10명, 실종 2명, 부상 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포항 지역이 가장 컸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이 포항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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