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명의 희생자를 불러온 경기 이천 병원건물 화재 사고가 인재(人災)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전담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철거업자 A씨(59)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또 다른 철거업자 등 관계자 6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지난달 5일 오전 7시쯤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소재의 학산빌딩 3층에 위치한 스크린골프장의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작업 중 전기를 차단하지 않았다. 이 중 1번 방에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1번 방은 창고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습기와 먼지가 오랜 기간 쌓여있어 화재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스파크가 튀어 화재가 발생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경찰은 1번 방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전기 차단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모자라 방화문이 닫히지 않도록 소화기를 세워두고 문을 연 채로 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하자 그대로 방화문을 닫지 않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물의 시공 자체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연기가 계단 통로 외에도 건물의 대리석 외벽과 건물 기둥 사이 공간을 통해서도 퍼졌다. 방화 구획이 설정되려면 벽면 내부에 세워진 철골 H빔 형태의 기둥 부위 주변이 벽돌과 몰타르로 막혀있어 연기가 통할 수 없어야 하지만, 해당 빌딩은 외장재만 붙은 상태로 지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 연기가 벽면 기둥을 통해 4층 신장투석실로 유입됐다. 이 외에도 철거업자 중 1명은 무자격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71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려 총 89차례 조사를 하는 등 주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A씨와 6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병원 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간호사 등 10여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투석 환자를 대피시키려 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은경 간호사의 의사자 지정에 대해서는 “그동안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CCTV 등 증거자료를 관계기관에 제공한 바가 없으나 보건복지부 등이 필요하다면 검찰과 협의해 제공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