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화재로 인해 카카오 대부분의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국민 대다수가 불편을 겪은 가운데,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대국민 서비스로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왔던 탓에 사고가 평일에 발생했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기업의 플랫폼이 아닌 사기업이 운영하는 메신저 플랫폼임에도 행정업무에 활용하는 부처나 지자체가 적지 않다.
16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병무청은 2019년부터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 입영 통지서를 병무청 앱을 통해 먼저 보내고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을 경우 2차로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한다는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병무청은 우편 이용자가 줄고 병무청 앱은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통지서 미확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카카오톡 발신을 통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카톡 서비스가 멈췄을 때 보완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병무청 입영통지서처럼 카카오톡만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 정보를 공지할 때 민간 온라인 플랫폼을 쓰는 일은 더 흔하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민간 앱을 국민이 일반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가 꼽힌다. 국민비서 ‘구삐’는 각종 생활형 행정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등 7개 민간 앱을 통해 건강검진, 전기요금, 운전면허 갱신 등 23종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의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도 이들 민간 앱을 통해 발송된다.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복지 서비스에 관한 사항도 예외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서비스 수급자 약 490만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소득·재산·인적 상황 등을 분석해 알려주는 ‘맞춤형 급여 안내’를 카카오톡 ‘구삐’ 알림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고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제주 서귀포시, 충북 괴산군 등 지자체들도 민원처리, 각종 행사, 일자리 정보 등의 소식을 전달할 때 카카오톡 알림톡을 쓴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장(바른ICT연구소장)은 “정보 전달의 말단 서비스까지 정부가 모두 도맡아 하기에는 행정 비용이 더 드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앞으로 점점 민간서비스와 연결되는 정부 서비스가 많아지는데 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메신저 송·수신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 이용이 30시간여 동안 제한됐다. 카카오 측은 16일 오후 9시 59분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상당 부분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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