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톡방 메시지 수신 안 돼 단속 대비 못해
- 체포 될 때까지 앉아서 도박 집중... “상습 도박 여부 조사 중”
경찰이 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먹통 대란 덕분에 주부도박단 30여 명을 한번에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 익산경찰서는 익산시 내의 한 상가 건물에서 이른바 ‘도리짓고땡’ 도박을 한 31명을 검거하고, 도박자금 1,200만 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 날은 SK C&C 데이터 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이로 인한 먹통 대란이 발생했던 날이고, 그 덕에 주부도박단을 한 번에 모두 검거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톡방 수신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도박꾼들이 단속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당 도박장은 총 책임자인 ‘창고장’, 도박꾼들에게 도박자금을 대출해주는 ‘꽁지’, 도박꾼들에게 음료를 타주는 ‘박카스’, 경찰 단속에 대비해 주변 망을 보는 ‘문방’ 등 체계적인 조직으로 운영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역시 문방은 처음 보는 남성이 도박장에 출몰하자 도박꾼이 모인 카톡방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 문자는 당시 전국에서 발생한 카톡 오류로 전송되지 못했고 주부도박단은 도망가지 못했다.
경찰은 도박꾼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2층 상가 건물 문을 열고 도박장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당시 한창 노름에 빠진 도박꾼들은 손에 쥔 화투패를 내려놓지도 못한 채 덜미를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도박장 단속을 나가면 누군가 문을 막고 있어서 형사들이 힘으로 뚫고 갈 때가 많았다"며 "그 안은 소위 '난리 블루스'여서 화투패랑 카드를 숨기고, 돈을 챙겨서 뒷문으로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이날은 모두가 앉아서 도박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톡방 오류 덕인지 아무도 도망 못 가고 한 자리에서 도박사범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며 "붙잡힌 이들을 상대로 상습 도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19일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공동대표 중 서비스 부문을 맡은 남궁훈 대표는 책임을 지겠다면서 전격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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